[사설] 노란봉투법, 이번에도 경제계 의견 청취는 통과의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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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14 17:42 수정2025.07.14 17:42 지면A31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경제 6단체와 간담회를 하고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논의했다. 안호영 국회 환노위원장(민주당) 등이 참석해 경총 등의 우려를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여당이 경제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의견을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하려는 의지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 법안의 핵심은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를 사실상 원청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수백, 수천 명에 달하는 하청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다단계 협업 체계로 구성된 산업 현장에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민주당은 실질적인 근로자 지배력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자로 인정한다고 하지만, 이런 모호한 기준 때문에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도 ‘파업조장법’으로 변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단순한 노사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인데도 민주당은 이미 이 법을 강행 처리할 방침을 밝힌 상태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예고로 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으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이 법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지지를 표명했다. 이번 간담회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처리 전 요식 행위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주주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경제 6단체 간담회에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흘 뒤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자사주 소각, 집중투표제 도입 등까지 추가로 밀어붙일 태세다.

경제계에서는 아무리 하소연해도 소용없다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법안이 속속 처리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경제계 우려를 반영해 관련 법안의 신중한 재검토와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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