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누벨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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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누벨바그'

올가을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 초연 20주년 기념 공연을 관람했다. 앙코르를 외치며 대표 넘버 ‘대성당들의 시대’를 배우들과 함께 따라 부르는 한국 관객을 보니 얼마나 기쁘던지! 한국 관객이 프랑스어를 좋아하는 모습에 감동했고, 노트르담대성당이 건축적·종교적·문학적으로 세계 문화유산임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대성당이 화재로 불탔을 때 모두가 그토록 슬퍼했고, 프랑스 안팎에서 답지한 크고 작은 후원 덕분에 훌륭히 복원되고 재개장했을 때 세계가 그토록 기뻐했던 것이다.

뮤지컬의 한국어와 프랑스어 버전 모두 사랑받고 있다니 정말 반가웠다. 영어 버전은 찾는 관객이 없고 프랑스어 오리지널 버전과 한국어 버전은 인기가 많다고 한다.

프랑스와 한국은 자국 언어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큰 나라다. 이것이 바로 한국과 프랑스의 연결점이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미 19세기부터 교류해 왔다. 1900년 파리 세계만국박람회를 통해 대한제국이 세계에 처음 소개된 것도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 초대 프랑스 공사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이후 한국이 자주독립과 국제적 명성을 되찾기까지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야 했던 만큼, 이는 역사적으로 중대한 순간이었다.

프랑스는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도 역할을 했다. 1970~1980년대 한국 청년들에게 프랑스 문학, 철학, 혁명사는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많은 한국인은 장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수많은 감독의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 작품에서 접한 자유와 창의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는지 들려주곤 한다. 당시 프랑스문화원은 어디에서도 허락되지 않던 영화들을 상영했고 민주주의와 개방된 세계를 갈망하던 한국 청년세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늘날에도 프랑스 문화 모델과 이미지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세계를 휩쓸고 있는 새로운 누벨바그는 한류다. 프랑스 청년층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장년층도 한류에 푹 빠져 있다 보니 한국 문화를 찾아 많은 프랑스인의 방한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풍요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할 기회다. 한·프랑스 영화 아카데미, K팝 아틀리에, 웹툰 아카데미, 젠지와 팀 바이탈리티가 함께하는 e스포츠 캠프 등 다양한 계획이 더해지며 시각, 공연, 음악 예술 분야의 문화 협력이 풍성해지고 있다. 이들 협력 사업은 한국과 프랑스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29세. 한국에 사는 프랑스 교민의 평균 연령이다. 재외국민 평균 연령으로는 이례적으로 젊다. 프랑스 청년을 끄는 한국의 매력과 양국 관계의 활력이 그만큼 강력함을 보여준다. 양국 관계는 벌써 140년이 됐지만 일찍이 이렇게 청춘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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