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e스포츠’로 불린 건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인기를 끈 1999년부터다. 프로게이머, 프로게임리그라는 말이 생긴 것도 이때다. 임요환, 홍진호 같은 1세대 게이머는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 중반 e스포츠는 세계화에 성공했다. 북미와 유럽 등에서 리그오브레전드(LoL), 도타2 등 다양한 게임리그가 만들어지면서 시장이 커졌다. 현재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은 30억달러(약 4조3500억원) 규모이며, 5억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다. 선수층이 두껍고 리그 수준도 높다. 특히 글로벌 LOL 리그는 한국의 독무대다. 페이커(이상혁)가 이끄는 T1은 그제 게임 월드컵으로 불리는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올해로 29세인 페이커는 e스포츠계의 리오넬 메시(38)로 불린다. 빠른 두뇌 회전과 손놀림이 필요해 25세면 은퇴하는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달리 10년 넘게 최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게임산업 측면에서도 한국은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국내 콘텐츠 서비스 수출액 중 절반이 넘는 51억3000만달러(7조4500억원)를 게임이 책임졌다. 주요 게임사의 시가총액은 40조원이 넘고, 국내 고용 인원만 7만 명에 이른다.
한류의 첨병,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음에도 게임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고,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유독 한국에 게임 관련 규제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청소년의 심야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10년간 유지된 것이 단적인 예다. 최근엔 게임 내 뽑기 아이템 판매를 제한하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모습을 드러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한국의 e스포츠, PC방, 게이머들이 지금의 엔비디아를 있게 했다”며 K게임을 극찬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 게임의 저력을 우리만 얕잡아보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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