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창업과 바다

1 month ago 12

[한경에세이] 창업과 바다

바다는 언제나 열려 있다. 파도는 멈추지 않고 부서졌다가 다시 일어나며 새로운 길을 낸다. 창업은 바다와 닮았다. 새로운 시도는 불확실성을 동반하지만, 그 속에서만 미래가 열린다. 바다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결코 먼 바다로 나갈 수 없다. 창업가도 마찬가지다. 실패의 위험을 감수할 때에야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 수 있다.

스마트 양식 기술을 보유한 한 스타트업은 부산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았다. 국내에서는 친환경 스마트 양식장을 운영하며 새우를 공급하고, 해외에서는 자체 개발한 아쿠아팜 기술과 설비를 기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여러 나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자금과 인재 확보의 어려움, 낯선 시장의 벽이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대학과 협력해 기술을 고도화했고, 해외 판로를 개척하며 길을 열었다. 지역의 네트워크와 투자기관, 창업지원 조직의 응원까지 더해져 항해는 더욱 든든해졌다. 부산의 창업 생태계가 협력의 무대로 작동할 때, 바다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부산의 바다는 야구장에서도 울린다. 한국시리즈에서 투혼을 보여준 최동원 선수의 이야기는 지금도 부산이 기억하는 상징이다. 창업가 역시 마운드에 선 투수처럼 매번 새로운 경기에 임한다. 자금난, 실패, 경쟁의 압박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힘, 그것이 도전의 DNA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성공하고 싶다면 실패를 견뎌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 성공에는 회복력이 중요하다. 고난을 겪어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창업의 길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 수도권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길을 만들어가는 지역 창업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등 공신이니까.

하지만 응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이 성장하려면 더 단단한 해법이 필요하다. 바로 지역 창업벤처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대세가 된 세상에서 창업벤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낸다. 특히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에서 창업벤처는 곧 해법이 될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기술창업투자원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 조직으로, 지역에 창업 붐과 투자 붐을 일으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바다는 늘 도전하는 자에게 길을 내준다. 부산의 창업 생태계가 바다처럼 열려 있고, 야구처럼 버텨내며, 창업가들의 작은 시도가 서로 연결될 때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바다와 스타트업, 그리고 부산이 품은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모인다.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창업과 바다가 만나 만들어내는 서사는 부산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항해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작은 용기에서 비롯된 도전이 더 큰 세상을 향한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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