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람이 중심되는 경제

1 week ago 10

[한경에세이] 사람이 중심되는 경제

구청 광장이 노랗게 물들었다. 가을 햇살 아래 줄지어 선 노란 천막 사이로 노랫소리가 바람을 따라 퍼진다. 수공예품이 놓인 부스 앞은 물건을 살펴보는 사람으로 붐빈다. 수줍은 미소의 사장님이 손수 구운 쿠키 시식을 권하고, 둘씩 셋씩 모여 인생네컷을 찍는 청년들의 웃음소리까지 더해지니 광장은 작은 축제장 같다. 지난달 열린 사회적경제 장터 ‘꿈시장’의 모습이다.

장터가 열리는 날이면 자연스레 발길이 향한다. 바쁜 일정에도 새로 나온 물건을 구경하고 낯익은 상인들과 정겹게 안부를 나누는 시간을 즐긴다. 이곳에서는 경쟁보다 상생이 먼저이고, 경제적 이익 못지않게 사회적 가치와 관계가 중요하다. 꿈시장에 함께하다 보면 사람을 위한 행정,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사회적경제는 흔히 ‘착한 기업’이나 ‘도움을 주는 제도’로만 여겨지지만 이보다 훨씬 넓고 깊은 개념이다. 돈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고, 속도보다 지속이 중요하며, 혼자보다 함께를 택하는 경제 방식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결돼 협력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나가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본질이다.

효율과 성장 우선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얼마나 빨리’보다 ‘어떻게 함께’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행정 역시 지시나 통제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을 돕는 동반자로 적극 나서야 된다.

꿈시장은 사회적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던 유통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된 장터다. 이제 서울시 유일 민관 협력 기반의 사회적경제 정기 장터로 자리 잡았다. 매년 여러 차례 열리며 사회적경제기업과 주민이 함께하는 상생의 장이 됐고, 이제는 온라인으로 판매망을 넓혀 카카오와 네이버에서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꿈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면서 사회적 가치를 함께 나누고 의미를 더하는 지역 공동체의 장이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고시촌 해체 이후 인구가 유출되고 일자리가 줄면서 지역경제가 흔들리던 시기에도 구는 사회적경제 기업이 버텨낼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찾았다. 정부 보조금이 끊긴 뒤엔 자체 예산을 확보해 사업개발비를 지원했고 ‘관악 디딤돌 청년일자리 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사회적기업에서 일할 수 있게 연결했다. 또한 임차료 부담을 낮춘 공유공간을 마련해 신생 사회적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곳에서는 기업 간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지역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노력이 활발하다.

최근 국회에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안이 발의됐다. 사람 중심의 경제와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위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의 힘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모든 지역이 함께 성장하고 함께 잘사는 사회를 꿈꾼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