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루기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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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미루기 증후군

최근 우리 회사는 외부 채널을 통해 ‘연금미루기 증후군’이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였다. 많은 분이 우리의 콘텐츠를 재밌게 봐주시고 “보면서 뜨끔했다” “마치 내 이야기 같다”는 반응을 주셨다. 그런 반응을 접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모두 그 증후군의 잠재적인 환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은퇴까지 20년도 더 남았는데 아직은 이르지 않을까요?” “지금은 여유가 없으니까,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면 시작하지.” “지금 당장 쓸 돈도 없는데, 노후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어요.”

고객에게 수없이 들은 익숙한 말들이다. 누구나 삶은 바쁘고, 오늘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에 치이다 보면 노후라는 단어는 늘 ‘나중에’로 밀리기 쉽다. 하지만 나는 수많은 고객의 금융 여정을 함께하며, 노후 준비만큼 ‘늦기 쉬우면서도, 빨라야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는 평균 수명이 80세, 90세를 넘기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은퇴는 여전히 60세 무렵에 다가온다. 30년 가까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30대와 40대의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노후 자산을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모은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내 삶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고 통제하려는 의지이자, 내 가족과 나 자신에게 보내는 책임 있는 약속이다. 안정적인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면 은퇴 후에도 경제적 자립과 선택의 자유를 유지할 수 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원하는 만큼 쉬고, 여행하고, 생활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이 연금이 주는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접하고 있다. 다양한 투자 수단이 존재하고, 시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지금 당장 돈이 되는 것’을 쫓기 쉽다. 연금도 투자다. 그렇지만 연금 투자가 다른 투자와 다른 점은 지금 당장 얼마를 투자하느냐 혹은 수익률이 얼마냐보다 얼마나 더 빨리 시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시간’이 가장 강력한 복리의 동맹이 돼주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금융의 역할이 단기 수익의 도구가 아니라 삶의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기반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이다. “지금 상황이 좀 나아지면 시작하려고요.” 하지만 경험상 그런 ‘나아진 시점’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하루를 미루는 것은 단순히 하루를 잃는 것이 아니라 그 하루가 만들어냈을 복리와 안정, 그리고 심리적 여유를 포기하는 것이다. 결국 미루고 미루다, 어느 날 갑자기 ‘이제는 너무 늦었나’라고 자각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이 바로, 내일을 위한 가장 이른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미래의 여러분은 아마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그때 시작하길 정말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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