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융산업은 오랫동안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중개 기능에 머물러 왔다. 규제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정책금융을 통해 성장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금융을 산업 그 자체로 재정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단순한 중개가 아니라 기술·자본·인재가 집중되는 전략산업으로 금융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이는 단지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5년 대한민국의 성장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국가 과제다.
첫째, 금융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전략화가 필요하다. 국내 금융업은 디지털 전환, 자본시장 혁신, 글로벌화 측면에서 경쟁국에 뒤처져 있다. 핀테크·인공지능(AI) 기반 자산운용, 디지털 자산 등에서 이미 싱가포르, 두바이, 룩셈부르크는 국제 금융허브로 변모했고, 일본과 대만 역시 공격적인 금융 개방과 산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한국 금융산업이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자본은 더 이상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은 금융을 규제산업에서 전략산업으로 전환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둘째, 국가전략산업과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AI 등 미래 핵심 산업에 장기자본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 국부펀드 또는 국가전략펀드는 단순한 공공펀드가 아니라 정책금융과 민간자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산업형 자본시장 플랫폼’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전략산업에 리스크를 분산하며 유효한 투자자본을 공급할 수 있다.
셋째, 국민 자산의 구조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집중돼 금리·경기·물가 충격에 과도하게 민감한 구조다. 이에 비해 미국, 영국, 북유럽 국가들은 국민이 연기금, 장기펀드, 주식 등을 통해 성장 자본시장에 참여하며 자산을 불려왔다. 이제는 퇴직연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국민참여형 펀드 등을 통해 중산층이 ‘성장의 수익자’가 되는 제도적 유인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정부는 금융을 단일 규제 프레임워크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산업·시장·공공성 관점에서 재조정해야 한다. 금융산업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자본을 확장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원칙 기반으로 전환하고 민간의 자율성과 혁신 역량을 키워야 한다. 특히 금융소비자 보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디지털 윤리 등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제도 설계도 병행돼야 한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대한민국 산업의 구조 개편과 장기 성장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책무를 안고 있다. 그 핵심에는 금융의 재정의가 있다. 금융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이를 통해 자본시장과 국민자산을 다시 연결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단단하고 역동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 금융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산업이 아니다. 이제 금융은 ‘국가를 성장시키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구조 전환의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