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인기 시대의 '아파치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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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무인기 시대의 '아파치 헬기'

AH-64E형 아파치 헬기는 세계에서 가장 신뢰 높은 지상 작전용 공격헬기다. 현재 한국 육군은 이 기종의 버전 1.2 모델을 36대, 주한미군은 버전 6.5 모델(최신형)을 24대 보유하고 있다. 총 60대가 상시 배치돼 북한의 도발 위협에 상당한 억제력을 발휘하면서 한반도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2년 한국 육군은 성능 개량 사업을 추진하면서 아파치 헬기 6.5 버전 모델 36대 추가 도입을 결정하고 2028년까지 야전에 배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헬기 무용론이 나온 것을 계기로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찬성 쪽에서는 북한의 기갑 전력 및 국지 도발에 신속 대응하고, 육군 기동사단의 공세적 종심 기동작전 수행에 필요한 항공 화력 지원을 위해서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쪽에서는 가격도 비싸고 적의 휴대용 대공미사일 공격에 취약해 무인기를 비롯한 다른 전력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한다. 가격이 비싼 것은 맞지만 반대 쪽 논리는 공격헬기 운용 및 성능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

먼저 한국 육군은 북한 위협을 효과적으로 격퇴할 만큼 충분한 공격헬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한반도 분쟁 발생 시 미군 및 연합군의 후속 전력 증강 없이는 현재 한·미가 보유한 아파치 헬기 60대로는 충분치 않다. 한반도 전역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전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긴급상황에 주한미군의 지상 병력과 아파치 헬기를 투입한다면 대북 대비태세에서 취약점이 발생하고, 이는 한국 육군이 보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파치 헬기를 대체할 다른 전력을 마련해두지 않고 추가 도입을 중단한다면 대비태세상 취약점 발생은 피할 수 없다.

아파치 헬기가 보유한 무장 탑재량 및 생존성, 치명성, 지속 교전 능력 등 핵심 역량에 필적할 만한 대체전력을 사실상 찾기 어렵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산하 합동 항공력 역량 분석센터(JAPCC)는 러·우크라이나 전쟁 첫 2년간 100대 이상의 러시아 헬기가 격추된 것은 구식 전술 사용 및 최신 생존 장비 부족 때문이고, 이를 신속히 해결한 이후부터 러시아 공격헬기(Ka-52)가 우크라이나군에 ‘최악의 악몽’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무인기는 아파치 헬기에 비해, 센서, 무장 탑재 및 자체 보호 능력이 제한된다. 적 요격에 취약하고 현 기술 수준으로는 아파치 헬기가 수행하는 다양한 임무를 해내는 게 불가능하다. 최근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 무인기가 도시환경에서 잘 포진한 적 제압에 필요한 생존성과 지속적인 화력을 갖추지 못해, 미국 정부에 아파치 헬기 최신형인 6.5 버전의 긴급 구매를 요청한 것이 단적인 예다.

물론 무인기도 지루하고 반복적이거나, 오염되거나, 위험한 임무를 뜻하는 3D(dull, dirty, dangerous) 등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파치 헬기의 추가적인 지휘 통제 및 화력 지원 없이 무인기만으로는 단독 작전 수행이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아파치 헬기를 지휘통제 및 전술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선(母船)으로, 무인기를 자선(子船)으로 운용해 정찰·감시·타격 임무를 같이 수행토록 하는 것이 전술적 효과를 극대할 수 있다.

지상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아파치 헬기 추가 도입은 향후 한국 육군 작전 수행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다. 비용 논리에 매몰되기보다는 한·미 연합작전의 연속성 보장 및 상호 운용성 강화, 유사시 주한미군의 전력 조정, 유·무인기 협업체계 구축을 통한 지상전 수행 능력 강화 등 종합적 관점에서 판단해 추가 도입을 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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