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창업자는 대박을 터뜨리고, 어떤 심사역은 투자 성공으로 인생을 바꾼다. 반대로 어떤 창업자는 큰 실패를 겪고, 어떤 심사역은 손실의 쓴맛을 본다. 그래서 사람들은 운칠기삼(運七技三), 운칠복삼(運七福三)을 말한다. 기술보다 사람의 마음이, 실력보다 관계와 진심이 더 큰 힘을 만든다. 복이 따르는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신뢰를 지키는 사람이 아닐까?
신뢰는 모든 성패의 중심에 있다. 창업가가 고객이나 투자자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사업은 성공하기 어렵고, 투자자가 창업가의 진정성을 읽지 못하면 좋은 기업을 놓친다. 신뢰는 현재를 지탱하며 미래를 같이하는 용기다. 믿음이 없으면 내일로 나아갈 수도 없다. 그래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미래를 좇는 사람’이었다. 눈앞의 이익보다 내일의 가능성을, 숫자보다 사람을 본다. 겉으로는 혁신을 말하지만 속이 빈 경우도 많다. 실력보다 포장이 앞서면 신뢰가 흔들린다.
창업 현장에는 신뢰가 빛을 발하는 순간도, 무너지는 순간도 있다. 어떤 기업은 기술과 진심으로 신뢰를 얻지만 어떤 기업은 그것을 소비하며 사라진다. 투자자 역시 사람을 믿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기도 한다. 신뢰는 양날의 검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포장으로 믿음을 이용하는 순간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 그래서 신뢰는 판단력과 함께할 때 비로소 힘이 된다. 맹목이 아니라 검증된 신뢰, 그것이 창업과 투자의 세계에서 진짜 복을 부른다.
수도권으로 자본과 인재가 쏠리는 이유는 단순히 기회가 많아서가 아니다. ‘지방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 다시 말해 신뢰의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에서도 유니콘 기업은 가능하다. 약속을 지키는 과정, 공정한 시선 그리고 성과뿐 아니라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가 쌓일 때 비로소 진짜 신뢰가 생긴다. 그렇게 쌓인 신뢰는 더 큰 기회를 부르고, 지역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지역 창업자가 진심과 실력으로 결과를 만들고, 투자자가 좋은 안목으로 미래를 바라본다면 머지않아 지역에서도 새로운 성공의 상징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다.
가끔 생각해 본다. ‘꼰대는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혹시 나도 꼰대?’ 이 질문의 근원은 세대가 아니라 태도다. 나이 들었다고 꼰대가 되는 건 아니다. 새로운 시도를 비웃고, 남의 실패를 평가하며 변화를 막는 사람이야말로 신뢰를 끊는 사람이다. 반대로 세대와 경력을 넘어 도전을 응원하고 가능성을 믿는 사람, 그가 진짜 리더다. 운칠복삼의 복(福)은 우연이 아니라 태도에서 온다. 복을 만드는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믿고 신뢰를 이어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모일 때 지역에도 새로운 신뢰가 자라나고 생태계는 진화한다. 미래를 좇는 사람들은 신뢰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세상을 조금씩 앞으로 밀어간다.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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