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통해 “여성이 행복해야 아이가 태어난다”는 주제로 글을 쓴 바 있다. 여성의 삶이 존중받고 여성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되는 사회만이 아이의 미래도 보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에서 ‘남성의 행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성이 주체가 돼야 아이의 미래가 열리듯, 남성이 감정을 나눌 수 있어야 관계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돌봄과 공감, 감정과 책임이 더 이상 한쪽 성의 전유물이 아닌 사회, 그것이 우리가 함께 지향해야 할 공존의 기반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각자의 감정과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고 이를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눈물의 여왕’이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이유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아내의 커리어를 응원하며 가정을 돌보는 남성의 모습이었다. 낯설지만 따뜻했고 권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사랑스러운 새로운 남성상을 보여줬다. 그 모습은 단지 캐릭터의 전복이 아니라 “남성도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가능성의 메시지였다. 남성 역시 경쟁에서 이기거나 강인함을 증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현실은 다르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다움은 여전히 무거운 짐이다. 울어서는 안 되고, 약해 보여서도 안 되며, 맞고는 살지 말라는 좌우명이 무의식에 각인된 채 경쟁과 책임의 사다리를 오르며 ‘성공’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사이 감정은 억눌리고 관계는 단절되기 쉽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진정한 평등과 공생이 가능할까.
남성이 ‘가장의 의무’에서 자유로워지고 책임과 성공이라는 짐을 내려놔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야말로 진짜 평등한 사회다. 돌봄을 선택해도, 약한 감정을 드러내도, 모든 짐을 혼자 지지 않아도 ‘모자란 남자’가 아니라 ‘충분한 인간’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그럴 때 비로소 남성도 행복할 수 있다.
남성이 행복해지려면 여성의 자유가 넓어져야 하고, 여성이 행복해지려면 남성의 책임과 의무가 줄어들어야 한다.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낡은 대립 구도는 이제 멈춰야 한다. 우리는 더 나은 공존의 모델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도 남성도 ‘버티는 삶’이 아니라 의무와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교육은 그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첫걸음이다. 성별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중심에 둔 교육, 감정을 나누고 공감을 배우며 협업을 연습하는 교육이야말로 미래 사회의 토대가 된다.
‘눈물의 여왕’이 보여준 거꾸로 사회는 어쩌면 정상이 뒤집힌 모습이 아니라 드디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여성도 남성도 각자의 방식으로 웃을 수 있는 사회. 그 방향이야말로 진정한 평등이며 모두의 지속 가능한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