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유엔군사령부를 지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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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유엔군사령부를 지키는 길

요즘 주한 유엔군 사령부를 일본으로 옮기는 방안이 논의된다. 지금 대장인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미연합군 사령관과 유엔군 사령관을 겸한다. 주한미군의 지상군 병력이 줄어들자, 중장인 주일미군 사령관을 대장으로 격을 높여서 유엔군 사령관을 겸하도록 한다는 방안이 떠올랐다. 8군만을 지휘하는 주한미군 사령관은 중장으로 격하될 것이다. 일본이 이 방안에 적극적이니, 동중국해, 남중국해, 한반도 및 한반도 둘레의 바다를 ‘단일 전구(one-theatre)’로 묶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일본 자위대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일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은 그런 제안에 호의적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군 사령관을 겸임하는 것은 우리에겐 정말로 중요하다. 그는 미국 안보 기구에 한반도의 상황과 우리 정부의 뜻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미국의 안보 기구는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장관과 그를 보좌하는 합동참모본부(JCS), 그리고 실제로 병력을 지휘하는 전구 사령관들의 세 층으로 이뤄졌다.

현지 상황을 충실히 전달하고 적절한 대응을 요청하는 것은 현지 사령관들이다. 상층부인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들은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실제로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의 현실을 미국 정부에 가장 잘 전달한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활약한 지휘관들이었다. 우리는 리지웨이 장군과 밴 플리트 장군의 노력을 늘 감사의 마음으로 떠올린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다 끝내 군복을 벗어야 했던 존 싱글러브 장군은 그런 헌신을 상징한다.

지금도 그렇다. 지난 4월 미국 상원 국방위원회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새뮤얼 퍼파로 인태사령부 사령관과 함께 증언했다. 그는 한국의 현실과 공헌을 알리면서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작다는 인식을 걷어내려 애썼다. 만일 유엔군 사령부가 일본으로 옮겨가면, 우리의 처지를 미국 안보 기구의 상층에 전달할 통로가 사라진다.

이처럼 유엔군 사령부를 한국에 두는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실질적으로 유지하는 일에 긴요하다. 현실은 걱정스러우니, 미 8군은 지상군이 아주 빈약하다. 유일한 지상군 부대인 2보병사단은 자신의 유기적 여단전투단(BCT)이 없어서 순환 배치되는 스트라이커(Stryker) 여단전투단에 의존한다. 스트라이커 부대는 순환 배치되므로, 수송기에 실을 수 있는 스트라이커 장갑차들로 무장한다. 우리에게 절실한 부대는 한국에 주둔하는 기갑여단 전투단이다.

현실적 방안은 우리 예산으로 주한미군 지상군을 증강하는 것이다. 우리 국방 예산을 2024년의 국내총생산액(GDP) 대비 2.6% 수준에서 이재명 대통령 재임 중에 해마다 0.3%씩 늘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국방 예산이 가장 높은 폴란드의 4% 수준으로 늘리고, 그렇게 늘어난 예산을 2개 미군 기갑여단 전투단의 창설과 유지에 우선적으로 쓰는 것이다. 2사단은 포병여단을 비롯한 지원 부대들을 유지해 왔으므로, 2개 기갑여단의 창설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2개 기갑여단을 갖춘 2사단은 자신의 전투 부대를 갖추지 못한 어정쩡한 사단에서 단숨에 어엿한 기갑 사단이 될 것이다.

이 방안은 국방 예산을 2030년대 초엽까지 GDP 대비 5% 수준으로 늘리라는 미국의 요구를 완벽하게 이행한다. 기갑사단을 원래 주둔지인 동두천과 의정부 지역에 재배치하면, 수도권 방위 능력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2개 기갑여단 전투단의 창설과 유지는 미군 지상군을 증강하니 미국도 반길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한 유엔군 사령관의 권위를 높여서, 유엔군 사령부의 일본 이전 논의를 잠재울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해 능력(Capability), 약속(Commitment), 협력(Cooperation)의 ‘3C’를 요구한다. 그저 국방 예산을 늘리지 말고 전력을 실질적으로 늘리라는 주문이다. 우리 돈으로 미군 기갑여단 전투단을 창설해서 유지하는 것보다 미국의 이런 요구에 더 적절하게 호응하는 길은 없다. 창의적 제안으로 우리가 협상을 주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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