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폭염 휴식시간 의무화…특고·일용직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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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폭염 휴식시간 의무화…특고·일용직은 '사각지대'

“오토바이 타이어가 녹을 지경인 폭염 속에서 일하는데, 정작 우리는 보호 대상이 아니잖아요. 셀프 휴식이나 해야죠.”

서울 노원구에서 만난 한 배달 라이더의 말이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주의보 발령 시 근로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휴식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규제심사를 통과해 다음달 공포된다. 이번 개정 규칙은 그간 불명확한 개념이던 ‘폭염’과 ‘폭염작업’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실내 폭염작업 시 냉방·통풍장치 설치, 작업시간 조정, 휴식시간 부여 조치를 ‘의무’로 바꾸는 등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폭염을 단순 ‘자연현상’이 아니라 ‘산업재해’의 요인으로 보고 적극 개입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폭염 대책마저 일용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비정형 근로자와 영세기업의 사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염에 취약한 건설·물류산업의 대표 기업인 삼성물산, CJ대한통운은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휴식 제도를 선제 도입해 큰 혼란 없이 수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35도 폭염에서는 작업을 중단하며, CJ대한통운은 폭염 발동 시 무더위에 취약한 물류센터 서브터미널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고 50분마다 10분 휴식을 주는 등 세부 방안도 마련해 놨다.

문제는 대기업이 아니다. 먼저 택배 기사나 배달 라이더처럼 계약상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혜택을 보기 어렵다.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자체 쉼터 운영, 유급 휴식 시간 보장 등 현실적인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며 오는 16일 파업을 예고했다.

종합건설업체 등 소형 건설회사와 하청업체도 규제 강화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소형 건설업체 대표는 “원청 대기업이 규제 준수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작업 중단, 작업 조기 종료를 선언하면 하청은 곧바로 근로시간이 줄고 수익도 감소한다”고 하소연했다.

한 대기업 건설업체 노무 관리자는 “하청업체들이 이번 정책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 일수는 30.1일에 달해 기상청 관측 이후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폭염 일수가 늘어날수록 취약 노동자는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폭염 대책마저 노동시장 이중 구조에 영향을 받는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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