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세계 기술패권 전쟁의 핵심도 AI다. AI 역량이 세계 경제 및 산업 판도를 전면적으로 바꿀 전망이다. 우리 신정부도 AI 3대 강국을 목표로 총력전을 시작했다. 민간기업의 AI 최고 전문가를 정부 AI 정책의 투톱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임명하고 100조원의 대규모 투자로 AI 기술 및 인프라 고도화, 인재 양성, 생태계 조성 등 전방위 정책을 가동할 계획이다. AI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감안할 때 AI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 조치로 기대가 크다.
우리 정부의 AI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책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특정 분야에 100조원 투자가 유례없이 큰 규모지만, 세계 선도국의 1000조원을 웃도는 천문학적 AI 투자에 비하면 작은 규모여서 ‘선택과 집중’의 현명한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 AI 투자의 주요 대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 확보, AI 데이터센터 구축, 한국형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 10만 AI 인재 양성 등이 중요한 것은 확실하나 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임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분명히 설정하고 이에 맞는 선택과 집중의 톱다운 방식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군사 전략이자 경영 전략인 ‘란체스터 전략’이 우리 AI 정책에 중요한 전략적 방향을 제시한다. 요약하면 적보다 열세인 병력으로는 전면전 대신 선택과 집중으로 국지적 우위를 만들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도 같은 이치로 란체스터 전략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강점이 있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전략 분야를 선택해 국력을 집중해야 성공한다. 현재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한 목적은 경제 활성화이고 이의 핵심은 기업 및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다. 기업 및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AI 대전환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기에 이를 우리 AI 정책의 최우선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AI 대전환의 핵심인 데이터 정책의 과거 사례에서 교훈을 찾자. 데이터 댐, 데이터 레이크 사업 등 데이터를 먼저 모으고 활용 분야(use case)를 찾는 보텀업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 데이터의 활용 분야, 즉 목적을 먼저 정하고 이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톱다운 방식이 효과적이다.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연합(EU)의 데이터 생태계 구축 사업도 민간 기업이 활용 분야를 정하는 민간 주도 톱다운 방식이다.
우리 정부의 AI 정책도 같은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 먼저 기업 및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AI 정책의 최우선 목적으로 삼고 이에 필요한 AI 인프라 및 기술 개발,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는 수출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주력 및 첨단 제조업의 AI 대전환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우리의 미래인 반도체, 자동차, 로봇, 배터리, 우주항공, 바이오 등 첨단 제조업의 AI 대전환에 집중해야 한다. 각계의 요구를 다 수용하느라 백화점식 나눠주기가 되면 실패는 필연적이다.
산업 AI 대전환에서도 양대 축인 에이전트(agentic) AI와 물리적(physical) AI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이 중요하다. 우리가 강점이 있고 최근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요성이 급부상한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축적된 데이터 및 도메인 노하우 기반의 산업별 특화 AI 에이전트 개발이 시급하다. 아울러 로봇, 미래차 등 물리적 AI에서도 향후 게임 체인저가 될 초저전력 AI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 승산이 있다. 산업 AI 대전환이 국가적 승부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