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의대 교육 현장을 무시한 ‘2000명’ 숫자를 고집하는 바람에 정부와 의료계는 극한 대립을 겪었다. 의대생 약 2만 명이 일제히 동맹 휴학에 돌입했고 지난해 유급 면제와 국시 추가, 올해 증원 취소 등 정부의 잇따른 유화책에도 수업 거부를 이어왔다. 결국 전국 40개 의대에서 약 8300명의 유급이 확정된 상태다. 만약 이들의 유급 처리를 강행한다면 내년에는 24·25·26학번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의대의 역량을 넘어서는 ‘트리플링’ 사태 전에 의대생이 복귀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로써 의대 교육의 질이 과부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 의사 배출의 병목 현상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의대생에 이어 전공의도 새 정부와 물밑 대화를 하고 있다니 속히 복귀해 의료 정상화에 동참하길 바란다.
다만 의대생의 복귀 선언만으로 정상적으로 학사 운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의대 학사과정은 1년 단위로 운영되므로 1학기를 건너뛰면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들을 위한 수업을 따로 개설해야 하는데 교수, 시설 부족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먼저 복귀한 의대생과의 형평성도 풀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올해 ‘더블링’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방치하면 내년엔 ‘트리플링’이라는 재앙적 상황이 닥친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의대협이 “교육의 질적 하락이나 총량 감소 없이 제대로 교육받을 것”이라고 약속한 만큼 정부와 대학은 학사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 의대 교육 정상화 대책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의대생과 전공의가 모두 복귀한다면 의정 갈등도 마침표를 찍는다. 그간 의정 간 깊은 불신으로 갈등이 장기화되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필수, 지역 의료 의사 이탈은 더욱 심각해졌고 수술, 진료 차질로 환자들이 겪은 고통도 컸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번 사태를 성찰하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관계로 거듭날 때 의료 개혁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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