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미 정해진 미래를 대비하는, 도로인프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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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14 07:05 수정2025.07.14 07:05

장한별 변호사

장한별 변호사

장한별(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세계 최초의 현대식 고속도로는 어디일까. 흔히 독일의 아우토반을 떠올리지만, 1956년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제정한 법에 따라 건설된 미국 연방주간고속도로가 세계 최초다. 고속도로는 1825년 영국에서 최초의 상업운행을 시작한 철도보다 훨씬 늦게 등장했다.

대한민국의 고속도로도 반세기 동안 눈부시게 발전했다. 우리의 최초 고속도로는 1968년 경인 고속도로다. 지난해 우리 국토의 고속도로 총연장은 5000㎞를 넘었다. 이렇게 구축한 고속도로망을 중심으로 도로는 국토의 혈관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연간 여객수송량의 89%, 화물수송량의 97%를 차지한다. 여기에는 늘 모자라게 마련인 정부 재정 대신 민간 자본이 들어간 민자 고속도로 사업도 적잖이 기여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3개 민자고속도로가 총연장 977㎞로 운영 중이다. 전체 도로 인프라의 약 20%를 차지한다.

그러나 고속도로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정부가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고,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한 철도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굳이 도로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중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5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40%를 초과하게 된다. 즉 25년 후에는 고령자, 영유아와 임산부, 장애인 등을 합친 교통약자가 총인구의 과반이 되는 것은 이미 정해진 미래다. 따라서 교통인프라 역시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고려하여 확충돼야 한다.

지난 6월 23일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서 안전요원이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에 탑승한 로보택시의 상업운행을 개시했다. 대한민국도 2027년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국가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이 널리 보급되면 문을 나서서 바로 문으로 연결해주는(door-to-door) 강점을 가진 도로의 이용이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은 도로 투자를 줄여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25년 후를 대비하여 도로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나가야 하는 시기다. 마침 올해 초에는 경인고속도로 지하화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고, 지난 8일에는 평택시흥 민자고속도로 차로확장 사업이 민간투자사업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대심도 지하도로와 개량운영형 사업을 추진할 물꼬가 터진 상황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비용상의 이유로 도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정사업의 경우에는 기술형 입찰이 다수 유찰되면서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민자도로사업은 시공기간 증가와 사업비 상승이 걸림돌이 되는 일이 적잖다.

주요한 원인을 두 가지만 꼽는다면 첫째, 최근 감사원에서 지적한 것처럼 추정공사비 산출기준인 기획재정부의「예비타당성조사 수행 세부지침」에 따라 산정한 소위 ‘예타 단가’가 최신 법령과 개정된 행정규칙을 반영하여 재산정한 단가보다 크게 낮다. 둘째, 최근의 신규 도로사업들은 안전규제의 강화로 설계·시공비용이 대폭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강화된 안전으로 인해 국민이 누릴 편익은 거의 반영이 안되고 있다. 필요한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비현실적인 규정이 실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도로의 건설 여부를 결정할 때 주요한 판단기준인 비용편익 분석의 결과물이 합리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현재 개정을 진행 중인 「교통시설 투자평가지침」에 국민의 생명과 관계된 안전 등 편익을 추가하는 것이 옳다. 또「예비타당성조사 수행 세부지침」의 비용추정을 개선해 현실화해야 한다. 미래를 대비하는 도로인프라 투자는 대한민국의 구성원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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