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환자 고통은 관심없다는 전공의 대표 후보

1 week ago 7

[취재수첩] 환자 고통은 관심없다는 전공의 대표 후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환자에게 머리를 숙일 때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27일부터 31일까지 치르는 새 전공의협의회장 선거에 나선 기호 1번 이태수 후보가 유세 과정에서 되풀이한 말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우리가 아무 데나 고개를 숙이는 의사가 되기 위해 지금까지 견뎠느냐”며 이같이 언급했고, 21일 공개된 대한병원의사협의회와의 인터뷰 영상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기호 2번으로 출마한 한성존 후보(현 비대위원장)가 지난 7월 환자단체를 찾아 의정 갈등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사과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당시 한 후보는 “1년5개월간 의정 갈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고,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다시는 환자의 생명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공의들은 지난해 2월 의대생 증원 정책에 맞서 ‘의사가 없으면 결국 시스템은 무너진다’ ‘버티면 이긴다’고 외치며 의료 현장을 떠났다. 익명 의사 커뮤니티엔 ‘(환자들이) 진료받지 못해서 생을 마감할 뻔한 경험들이 쌓여야 의사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된다’ ‘매일 1000명씩 죽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등 막말이 쏟아져나왔다. 환자 곁을 지키기 위해 현장으로 돌아간 동료를 향해서 ‘감귤’(복귀자를 비하하는 은어)이라고 부르며 신상을 털고 조롱하는 전공의도 있었다. 의료 공백은 고스란히 환자 피해로 돌아갔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7월 전국 의료기관에서 3136명의 초과 사망(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사망)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공의들은 사직 전 근무하던 병원에서 동일 과목과 연차로 수련을 재개하는 등 ‘특혜 논란’ 속에 지난 9월 복귀했다. 그런데도 이제는 의정 갈등의 최대 피해자인 환자에 대한 사과마저 비아냥대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세계의사회(WMA)는 의정 갈등 사태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를 지지하면서도 “의사가 취하는 집단행동 중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기 위한 지침이 마련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WMA가 2012년 총회에서 채택한 ‘의사 집단행동의 윤리적 의미에 관한 성명’은 “의사가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환자에 대한 윤리적·직업적 의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후보의 발언은 의사의 윤리적·직업적 의무에 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의술이 아니라 집단행동으로 존경심을 얻겠다는 전공의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똘똘 뭉칠지 모른다. 환자의 생명이 또다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수단이 될지 벌써부터 걱정될 따름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