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 성남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1700억원대 대규모 부당 대출이 발생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금고 임직원과 부동산 개발업자가 공모해 차명 법인과 위조된 서류 등을 이용해 총 87건의 대출을 일으킨 사건을 경찰이 수사 중이란 내용이다. 단일 금고 기준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금융 사고다.
▶본지 5월 3일자 A1, 8면 참조
제보를 받은 뒤 금융감독원에 해당 사건을 취재하자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새마을금고 감독 기구인 행정안전부의 요청 없이는 조사할 권한이 금감원에 없어서다. 행안부에 취재를 이어갔으나 마찬가지로 “알고 있는 게 없다”는 답을 들었다.
행안부와 금감원은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뒤늦게 새마을금고중앙회를 통해 경위 파악에 들어갔다. 사고 규모와 경찰 수사까지 넘어간 사건 진행 정도를 고려했을 때 당국이 사전에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건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새마을금고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는 하나 더 있다. 금감원엔 상호금융 통합상시감시시스템이 있다. 농·수·신협과 산림조합 등의 데이터를 통합해 전국 수천 개 조합의 여신 정보와 각종 건전성 지표를 조회·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개별 조합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당 대출이나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2017년 도입됐다. 금감원에선 전담 직원이 이 시스템을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상호금융권 중 새마을금고만 유일하게 이 시스템에서 빠져 있다. 행안부 관할이라는 이유에서다. 행안부는 개별 금고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지 않는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일차적으로 개별 금고 검사를 진행하고, 행안부는 중앙회를 정기감사해 검사 업무가 적정한지 살펴보는 식이다.
새마을금고의 대형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서울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선 700억원대 부당 대출 사고가 발생했다. 금고 임원과 공모해 담보 평가액을 부풀리고 차명으로 동일인 한도 규제를 초과해 대출을 받은 사건이다. 이번 사건과 상당 부분 수법이 겹친다. 당시 행안부와 중앙회가 내놓은 재발 방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대규모 부당 대출 사고의 원인은 일부의 도덕적 해이로만 뭉뚱그릴 수 없다. 개인과 개별 금고가 저지른 커다란 일탈을 걸러내지 못하는, 훨씬 더 큰 구멍이 새마을금고 내부통제 체계에 뚫려 있다. 근본적인 구멍을 메꾸지 않는다면 다음엔 1700억원보다 더 큰 금융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란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