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만난 이기형 충북대 의대 교수는 데이터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항암제의 최신 임상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논란의 골자는 이랬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표적항암제 ‘타그리소’를 단독으로 썼을 때와 화학항암제를 병용했을 때 환자 생존 기간을 비교한 결과 아시아 그룹에서 중국 환자를 제외하면 두 실험군 간 차이가 없었다. 중국인이 아니면 항암제를 섞어 쓰는 병용치료법이 소용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교수는 “약효 차이를 일으키는 인종 간 차이는 사실상 희미할 것”이라며 “재발 후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후속 치료로 환자 생존 기간을 늘리는 일본의 환자 데이터가 두 실험군 간 생존 기간 차이를 희석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3상에 참여한 아시아 환자는 총 357명이었으며 그중 중국인은 101명, 일본인은 100명이었다.
일본은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급여 정책으로 환자가 비용 걱정 없이 약을 쓸 수 있는 의료 선진국으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항암 치료 중 암이 다시 진행되면 쓰고 있던 약은 더 이상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없지만 일본은 다르다. 이 교수는 “암이 재발했다는 것이 반드시 기존 약이 효과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일본에서는 재발 직전까지 쓰던 약을 포함해 비슷한 효과를 가진 약을 돌려쓰기도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의료 전문가는 “적극적인 급여 정책 덕에 다른 국가와 임상 데이터가 다르게 나오는 일본이 부럽다”고 했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최신 임상 결과에 따르면 최신 표적항암 치료를 받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은 3년2개월에서 4년으로 늘었다. 유한양행이 기술이전한 레이저티닙(국내 제품명 렉라자)과 아미반타맙(리브리반트) 병용요법도 마찬가지로 4년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표적항암제 단독요법 외엔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최신 치료법에 대한 급여 검토와 지정이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더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다국가 신약 임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내에서 임상하지 않은 신약은 가교 임상이 필요해 도입이 더 늦어진다.
최신 치료법과 다양한 후속 치료로 환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은 뒷전으로 밀려선 안 될 가치다. 건강보험 재정이 생명을 지키는 데 우선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보건 정책을 새로 짜야 할 때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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