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고래 홈플러스 인수전에 새우만 참전…회사 살릴 진짜 방안 나와야

6 days ago 5

[취재수첩] 고래 홈플러스 인수전에 새우만 참전…회사 살릴 진짜 방안 나와야

“2만 명에 이르는 홈플러스 직원들을 떠안기가 쉽겠습니까. 오프라인 유통을 옥죄는 규제도 여전한데 누가 홈플러스를 사겠습니까.”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난주 제출된 홈플러스 인수의향서(LOI)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당초 기대를 모은 농협은 결국 등장하지 않았고, 낯선 이름의 기업 두 곳만 참여했다. 두 곳의 연 매출은 작년 기준 각각 3억원, 116억원에 불과하다. 이 중 한 곳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해외에서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투자받겠다는 비현실적 계획도 내놨다. 자산 가치만 6조원이 넘는 업계 ‘고래’ 홈플러스 인수전에 ‘새우’들만 뛰어든 셈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이 처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달 시작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는 내내 핫이슈였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발언은 실망스러웠다. 현실적 회생 방안 모색보다 모회사인 MBK파트너스 질타에 급급했다. 농협이 인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농협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농협유통, 하나로유통의 적자를 합치면 매년 800억원가량에 이른다.

홈플러스 매각은 지난해부터 난항을 겪어왔다. MBK파트너스는 작년 6월 기업형슈퍼마켓(SSM) 부문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노조의 분리 매각 반대로 무산됐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유통업의 전망이 밝지 않은 점이 매각의 걸림돌로 꼽힌다. 대형마트는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e커머스의 공세 속에 수년째 인건비·전력비 등 고정비 상승에도 시달리고 있다. 대형마트 3사의 작년 연간 매출(약 37조원)을 모두 합쳐도 쿠팡 한 곳의 매출(약 40조원)에 못 미친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노조는 고용 승계와 폐점 반대를 주장한다. 출점 제한과 의무휴업 등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규제도 그대로다. 이달 만료될 예정이었던 SSM 규제 방안은 국회에서 4년 더 연장하는 방안이 의결됐다. 일부 의원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을 법으로 다시 못 박자고 발의했다.

대형마트를 옥죄는 규제가 계속된다면 홈플러스를 인수할 기업은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2011년 6%대이던 홈플러스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2.7%로 급락했다. MBK파트너스의 인수 이전에도 규제 탓에 홈플러스의 기초 체력은 이미 약해져 있었다.

노조 역시 한발 물러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작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월마트, 크로거 등 굴지의 글로벌 유통기업도 최근 대대적 감원에 들어갔다. 청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막기 위해 노조도 현실적인 고통 분담 방안을 수용해야 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