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거만한 대응으로 위기 자초한 '런던베이글뮤지엄'

1 week ago 4

[취재수첩] 거만한 대응으로 위기 자초한 '런던베이글뮤지엄'

2021년 서울 안국에 문을 열고 고성장세를 이어온 베이글 전문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이 창업 5년 차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대 근로자가 사망한 뒤 제기된 과로사 의혹에 부적절한 대응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7월 16일. 런베뮤 인천점에서 일하던 정모씨(26)가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젊었고, 평소 특별한 질병도 없었기에 과로사 의혹이 제기됐다. 유가족과 회사 측은 정면충돌했다. 유가족은 사망 1주일 전 약 80시간의 고된 노동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다. 회사 측 한 임원은 노무사와 유가족에게 “저와 직원들이 과로사가 아님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라며 “양심껏 모범적으로 행동하시길 바란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사건은 10월 말께 언론 보도로 공론화됐다. 이후 회사 측이 내놓은 공식 입장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해당 직원의 입사 후 평균 근무시간은 44.1시간이라며 유가족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 전날 고인이 자체 시스템에 연장 근로를 신청하지 않아 근무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때마침 지문인식기가 오류로 인해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가족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서면서도 회사 측이 확인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자인한 이율배반적인 입장문이었다. 뒤늦게 SNS에 올라온 대표 명의 사과문에서는 “과로사 여부는 회사의 판단 사안이 아니다”며 한 발 뺐다.

런베뮤 입장에서는 명확한 사실관계와 법률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과로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데 민감했을 것이다. 문제는 대응 방식과 태도다. 런베뮤는 사건 초기 명확한 사망 원인 규명보다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유가족을 위로하기 전에 반박하는 데 몰두했다. 공식 입장문에 담은 지문인식기 오류, 연장근로 미신청 등의 변명은 신뢰를 떨어뜨렸다. 대응 속도도 문제였다. 언론 보도가 나간 지 며칠이 지나서야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다.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친 채, 사후 해명에만 급급한 태도는 대중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이효정 런베뮤 창업자는 7월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에 런베뮤를 팔았다. 매각가는 2000억원이었다. 5년간 급속도로 성장해 외식업의 성공 신화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과로사 사태로 불매 운동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데는 수년이 걸리지만 신뢰를 잃는 것은 단 한 순간이다. 런베뮤 사태는 기업의 잘못된 위기 대응이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한 번에 몰락시킬 수 있는지, 위기관리에 실패한 기업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