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核잠수함 허용이 '원전 협력'으로 이어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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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核잠수함 허용이 '원전 협력'으로 이어지려면

1주일간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대는 대한민국의 경제력과 외교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였다. 무엇보다 지난 10개월 동안 우리 경제를 짓누른 한·미 관세협상이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불확실성이 줄었다.

‘화룡점정’은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짓는 것을 조건으로 흔쾌히 수락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해 우리 안보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기회를 마련한 셈이다. 꼬였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조선업계의 30년 숙원인 핵추진 잠수함 개발 문제에서 미국의 협력을 끌어낸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을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군이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강화하면 미군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잠수함을 건조하도록 하면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마스가(MASGA)’의 일환으로 끌어들였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서 원전 협력이 빠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원전도 핵추진 잠수함만큼 양국이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자국 원전 설비 용량을 2050년까지 현재의 네 배 수준인 400GW(기가와트)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과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AI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막대한 전력을 값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해서다. 그러나 미국은 원전 건설 역량이 한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30일 APEC 퓨처포럼에 참석한 마리아 코르스니크 미국 원자력협회(NEI) 회장이 양국 기업 간 소형모듈원전(SMR) 협력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세계는 빠르게, 우리(한·미)는 더 빠르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의 원전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K원전산업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2050년까지 최소 3500억달러(약 490조원) 규모의 원자력 발전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회는 남아 있다. 이번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2000억달러의 대미 투자펀드를 미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원전 프로젝트에 활용하자고 미국을 설득한다면 K원전의 미국 시장 진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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