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음주운전에 엄격한 나라다. 도로 전체를 차단하고 벌이는 경찰 음주단속이 수시로 이뤄진다. 적발되는 인원도 연평균 13만 명으로 적지 않다.
단속이 일상화하면서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여럿 등장했다. 술이 빨리 깨는 사람은 채혈 측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호흡 측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시간을 끄는 게 보통이다. 2023년 기준으로 음주 측정을 거부한 운전자는 4000여 명에 달한다.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단속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개발한 ‘한국형 위드마크’(Widmark)가 조만간 현장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위드마크는 단속 현장에서 음주 측정을 못 했을 때 쓰는 공식으로 1986년 도입됐다. 채혈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단속 시점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역산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 위드마크는 93년 전인 1932년 서양인을 기준으로 개발돼 현대 한국인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술이 깨는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인 체수분량이 산식에서 빠져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체중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체수분량이 많은 사람이 알코올을 빨리 분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과수는 운전자의 체수분량을 측정해 반영하는 새 위드마크가 적용되면 혈중 알코올농도 추정치가 한층 더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수 김호중 씨 사건으로 유명해진 ‘술타기’ 꼼수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술타기는 사고나 단속 직후 현장을 이탈해 추가로 술을 마시는 것을 뜻한다. 운전한 시점의 혈중 알코올농도 추정을 어렵게 하는 방법으로 음주운전 사실을 입증하는 것을 방해한다. 오는 6월 4일부터 적용되는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술타기 등 음주 측정을 방해한 운전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는 5월은 술자리가 늘어나는 시기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그래도 유혹이 가시지 않는다면, 음주단속을 피하는 꼼수들이 더 이상 안 먹힌다는 점을 떠올리길 바란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