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스파이 기소한 獨, 군시설 촬영해도 처벌 못하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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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30 17:35 수정2025.04.30 17:35 지면A23

독일이 중국계 유럽의회 의원 보좌관을 간첩 혐의로 구속한 것은 우리에게도 경각심을 부른다. 중국 정보기관 요원으로 밝혀진 이 보좌관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민감 서류로 분류된 문건 500여 건을 입수해 협상 등 관련 정보를 중국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의 첩보 활동은 인적 수단은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중국산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고, 중국산 전기차 부품이 도청에 취약하다는 영국 정보기관의 보고서도 며칠 전 나왔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첩보 활동 의심 사례도 잇따른다. 국가정보원은 어제 중국인이 우리나라 군사기지 및 정보시설을 무단 촬영한 사례가 지난해 6월 이후 11건에 달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한·미 공군기지 전투기와 부산에 입항한 미국 항공모함을 무단으로 촬영하다가 걸렸다. 경찰에서 풀려난 뒤 같은 행위를 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현역 장병을 포섭해 군사 기밀을 넘겨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포섭된 국군정보사 군무원의 기밀 유출 사건도 있었다. 국정원은 군사기지 촬영은 저강도 정보 활동이며, 방첩 역량 분산 및 소진을 유도해 안보 경각심을 약화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간첩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대공 용의점을 확인해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간첩죄 적용을 ‘적국(북한)’에서 ‘외국’으로 확대하고, 기술유출 처벌 범위도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목 잡혀 있어서다. 지난해 여야는 간첩법 처리에 합의해 놓고 미적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적국, 우방을 가리지 않고 기밀 수집과 누설을 간첩으로 처벌하고, ‘경제 스파이법’에 따라 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가중 처벌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비밀경찰서 의혹을 받은 식당 운영자에게 식품위생법을 적용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 기술 유출이 20건 가까이 되는데, 중국이라면 반간첩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언제적 간첩이냐”는 안일한 인식으론 국익과 안보를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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