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 대선 전 관세 해결 원해"…美 의도에 휘둘릴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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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30 17:35 수정2025.04.30 17:35 지면A23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그제 “(한국 등이) 선거 전에 무역 협상의 틀을 완성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미국과 성공적으로 협상한 뒤 선거 운동을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다. 이는 차기 정부 출범 후 ‘7월 패키지 협상’을 주장해 온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석연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베선트 장관이 말한 장소와 그 과정을 보면 그렇다. 이번 발언은 100일간 경제 성과를 알리는 자리에서 “조기 대선으로 인해 대선 전까지 포괄적 합의가 어렵다”는 한국 측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미국 국내용으로 얘기했구나라고 이해했다”고 답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대선일까지 결론을 낼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양국 재무·통상장관이 지난 24일 처음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를 연 지 불과 닷새 만에 ‘협상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 통상실무협의 대표단은 어제 출국해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실무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고 우리 협상단을 압박하는 건 오히려 미국의 의도에 휘말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세 협상에 나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슈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정점”이라고 비판하며 관련 부처에는 협상 과정을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협상단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처사로, 결코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기 힘들다.

한·미 협상에서 더 초조한 쪽은 오히려 미국일 수 있다. 관세 역풍으로 지난달 미국의 상품무역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어제는 자동차·차 부품에 대해선 다른 관세와 중복해 적용하지 않고, 2년간 차 부품 관세를 완화하기로 했다. 서두르지 않고 절차에 따라 미국과 신중하게 협의를 진행하는 게 유리한 방향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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