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 작년보다 20% 줄어 제 생활비 벌기도 빠듯합니다. 대기업도 아닌데 직원들 퇴직금에 주휴수당까지 어떻게 다 줍니까.”(이택주 오피스디포 관악·동작점 대표)
최저임금 인상 결정 시한을 앞두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14.7%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다 정부마저 퇴직금·주휴수당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며 영세사업자의 목줄을 조이고 있어서다.
고용노동부가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엔 3개월 이상 근로자 퇴직금 지급,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 주휴수당 지급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쪼개기’ 아르바이트를 막아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단시간 근로자는 174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다. 3개월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어려운 경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소상공인들은 현실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한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어든 탓에 이미 자영업자들은 빚을 내 직원들 인건비를 줘야 할 정도로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퇴직금·주휴수당·최저임금’을 주는 이른바 ‘3종 세트’가 시행되면 인건비가 평균 10~20% 더 늘어난다고 소상공인들은 우려한다.
30시간 일용직 2명과 정규직 3명을 고용 중인 이택주 대표는 “10년간 연평균 최저임금이 6.7% 올라 이제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인건비가 차지할 정도가 됐다”며 “직원 퇴직금까지 주면 한 달에 최소 100만원은 추가로 부담해야 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98만6000명으로 100만 명에 육박했다. 전체 사업자의 10분의 1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0.5%에서 지난해 3분기 1.7%로 치솟았다. 소상공인이 연체 중인 대출 원리금 중 78.8%(8조9000억원)는 2금융권 연체였다.
황현묵 소상공인연합회 세종지회장은 “당장 생활비도 벌기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퇴직금이나 주휴수당 지급 같은 선택지는 없다”며 “직원을 안 쓰고 가족들이 돌아가며 일하는 건 기본이고 그게 불가능하면 폐업하는 것 외엔 답이 없다”고 했다. 한 편의점 사장은 “신용등급이 1등급인데도 자영업자란 이유로 신용대출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은행들이 자영업자의 생존 가능성을 얼마나 낮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을 쥐어짜는 식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정책의 명분도, 실효성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