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세계에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환대를 뜻한다. 중세 헤이안·무로마치 시대의 다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손님이나 소중한 사람을 배려하고 마음을 쓴다는 이 말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3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2020년 올림픽 유치전이다. 아나운서인 다카가와 크리스털은 손동작으로 오모테나시를 한 글자씩 표현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도쿄올림픽 유치에 일조했다.
오모테나시는 글자 그대로 보면 ‘무언가를 가지고 일을 이루어 낸다’는 뜻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단순히 정중한 접객이나 호화로운 서비스가 아닌, 상대의 작은 변화까지 눈치채 말하기 전에 먼저 배려하는 자세다. 이젠 우리에게도 익숙한 오마카세 역시 일종의 오모테나시라고 할 수 있다. 요리사가 그날의 재료와 손님의 모습을 보면서 가장 어울리는 음식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은 일본의 대접이 극진했다. 미·일 정상회담 오찬 메뉴는 미국산 소고기와 쌀이었고 회담장에는 포드 픽업트럭과 도요타 자동차가 나란히 전시됐다. ‘황금 골프공’과 트럼프의 ‘절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퍼터 등이 선물 목록에 올랐다. 압권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렇게 짧은 기간에 세계가 더 평화로워진 건 역사적 위업”이라며 트럼프 면전에서 노벨평화상 추천 의사를 밝힌 장면이다. 트럼프 ‘취향 저격’을 제대로 한 셈이다. 오모테나시의 미의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비웃기도 어렵다. 정상 간, 그것도 트럼프와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 건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회담 후 함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에 오른 트럼프는 “우리는 금세 매우 가까운 친구가 됐다”며 다카이치를 치켜세웠다. 아부였든, 오모테나시였든 취임 1주일의 초보 총리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우리는 어제 특별 제작한 신라금관(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황금과 왕관을 모두 좋아하는 ‘트럼프 맞춤 선물’이 관세 협상 타결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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