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석호필(마이클 스코필드) 신드롬’을 몰고 온 미국 폭스TV의 ‘프리즌 브레이크’, 탈옥 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범죄자 수감시설 대부분은 인권 무법지대다. 시설이 열악하고 재소자들 간 폭력, 성폭행 사건이 수시로 발생한다.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수감자는 200만 명 안팎으로 세계 1위다. 좁은 곳에 많은 사람을 머물게 하다 보니 사건·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다. 교화 프로그램, 위생 등도 다른 선진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시설이 부족하다며 엘살바도르에 죄수를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들에게 수감자의 인권은 두 번째 문제다.
예외도 있다. 자본주의의 본고장답게 돈을 내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유료 감옥이 48개 주에 존재한다. 넓은 방과 깨끗한 침구, 케이블 방송 시청이 가능한 벽걸이 TV 등을 누릴 수 있는 유료 감옥의 하루 체류비용은 25~300달러 선이다. 판사의 허락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성폭력 같은 중범죄자를 유료 감옥으로 보내는 사례도 간간이 나온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불법체류 혐의로 미국 조지아주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억류됐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지난 12일 귀국했다. 이들이 털어놓은 구금 생활은 기가 막힌 수준이다. 70여 명이 한방에서 생활했는데 침대는 30개, 변기는 5~6개에 불과했으며, 화장실을 비롯해 모든 공간이 뚫려 있었다. 죄가 확정된 범죄자처럼 손발에 수갑을 찬 것이 기분 나빴다는 증언도 나왔다.
ICE 구금시설은 구치소가 아니라 처리센터(Processing Center)다. 미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체류 신분과 혐의 등을 조사하고 처리 방침을 결정할 때까지 대기하는 장소다. 여기에 머무는 사람들은 범죄자가 아니란 얘기다. 더구나 미국의 제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미국을 찾은 이들이다. 유료 감옥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보장했어야 했다. “생지옥이었다”는 토로가 70년 동맹의 미래를 훼손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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