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터진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은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윤리적 통제 부재가 권력 남용을 낳았다는 뼈저린 반성이 잇따랐다. 이 자성은 1978년 정부윤리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부정 재산 축적을 막는 재산 공개,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 등이 마련돼 전 세계 ‘공직윤리 제도화’의 출발점이 됐다. 한국도 1981년 아시아에서 선도적으로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이번엔 주식이 문제였다. 2000년대 초 윤태식 게이트 등 주식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2003년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도 논란이 됐다. 결국 2005년 공직자윤리법에 주식 백지신탁제 조항이 신설됐다. 고위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3000만원 초과)을 보유한 경우 매각하거나 금융회사에 신탁하도록 한 것이다. 수탁기관은 60일 이내 이를 처분해야 해 사실상 매각을 강제하는 조치였다. 이로 인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중소기업청장으로 지명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이제 신탁 대상이 부동산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제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가 주거용 1주택을 제외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이다. 갭투자(전세 낀 매입) 주택도 처분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부동산 백지신탁이 도입되면 ‘강남에 사는 고위 공직자가 강남 집값을 잡는 정책을 펴는’ 모순은 줄어들 것이다. 정책 신뢰성이 높아지고, 내로남불 논란도 사그라들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공직자라 해도 사유재산 처분을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경제적 자유 침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고소득 전문직, 전문경영인 등이 공직을 외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직자 윤리 강화를 위한 제도적 논의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부동산시장 안정은 수급 논리로 풀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와 같은 반자유주의적 규제가 또 하나 추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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