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증오하는 정치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2011년 4월 백악관 기자단 초청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는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공개 망신을 당했다. 오바마는 트럼프가 방송 등에서 자신의 출생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트럼프를 삼류 음모설 유포자로 한껏 조롱하며 앙갚음했다.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대통령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반대로 트럼프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의 두 번째 임기 말 무렵 40대 초반의 촉망받는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레이건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며 정계 진출을 꿈꿨다. 트럼프는 당시 약 10만달러의 돈을 들여 뉴욕타임스 등에 자신의 국가 비전을 피력하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그의 지난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는 레이건의 구호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그 레이건이 자신을 공격하는 소재로 쓰이자 트럼프의 ‘뒤끝’이 작렬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강조한 레이건의 라디오 연설 장면을 활용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TV 광고를 내보내자 캐나다에 대한 관세율을 10%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는 ‘악의적 가짜 광고’라며 맹비난했지만, 광고 중 레이건의 연설 내용은 부분 편집은 됐어도 원본에 그대로 나오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외모부터 연설 방식, 정책 방향까지 ‘레이건 따라쟁이’라고 할 정도로 레이건의 열혈 팬이지만, 둘 간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레이건은 플라자 합의 등으로 일본을 옥죄었지만, 외교·안보에선 사상 최강의 동맹 관계를 형성했다. 레이건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간 밀월 관계를 ‘론-야스 시대’라고 하며, 이를 기리는 빵이 아직도 팔린다. 캐나다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와는 두 사람 모두 아일랜드계로 돈독한 친분을 쌓아 아일랜드 상징 식물 이름을 따 ‘샴록정상회담’이란 용어가 붙었다.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레이건이 무덤에서 뒤척이고 있을 것”이란 얘기가 있다. 트럼프의 지나치게 사적이고 즉흥적이며, 이기적으로 비치는 동맹관을 보면서 조마조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2 week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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