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FOMO와 FOPO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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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02 17:29 수정2025.11.02 17:29 지면A35

[천자칼럼] FOMO와 FOPO 사이

역사적 증시 변동기였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까지 닷컴 버블 때. 상장 6개월 만에 150배 폭등한 뒤 99% 하락한 새롬기술로 대변되는 국내 증시 또한 극도의 롤러코스터 장세였다. 당시 지인 A의 얘기다. 1000만원을 몇 달 만에 1억2000만원으로 불린 그는 역시 주식으로 큰 재미를 본 친구와 구두를 닦으러 갔다가 이제 막 투자를 시작했다는 구둣방 아저씨가 주식 얘기만 하는 것을 보고 찜찜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는 곧 주식을 모두 처분했지만, A는 ‘마지막 딱 한 번’이라며 새 종목에 ‘몰빵’했다가 결국 원금으로 돌아왔다.

이 상황을 요즘 증시 용어로 요약하면 FOMO(fear of missing out)와 FOPO(fear of peak out)가 교차하는 순간쯤 될 듯하다. FOMO는 상승장에서 배제될까 하는 소외 불안 심리, FOPO는 현재가 고점 아닐까 하는 공포 심리다. 구둣방 아저씨가 FOMO에 사로잡혔다면, A와 친구는 FOPO를 느꼈지만 A는 욕심을 부렸다가 ‘일장춘몽’을 꾼 케이스가 됐다.

주가지수가 4000을 넘어서 상승세가 지속되는 지금 역시 FOMO와 FOPO가 뒤엉켜 있는 분위기다. 랠리에 올라타려는 추동 심리만큼 차익 실현에 조급증을 내는 매도 동조 현상 또한 확연히 포착되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라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가 지난 4월 트럼프의 상호 관세 발표 이후 처음으로 30을 넘어선 것도 FOPO의 한 방증이다.

현 장세에서 FOMO가 맞는지, FOPO가 맞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주식시장이 합리성보다는 심리와 감정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교수의 표현대로 ‘버블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수학적 추론 이상으로 ‘광기’와 ‘야성적 본능’에 따라 시장이 움직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신중함만이 능사는 아니다.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는 탐욕을 부릴 줄 알아야(워런 버핏) 한다. 시장 심리에 부화뇌동할 게 아니라 내 판단에 충실하기 위해선 뚜렷한 투자관이 서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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