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국내 고정밀 지도를 해외로 반출하기 위해 정부가 요구한 조건 일부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심의에 필요한 서류는 제출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 등 양국 간 외교 당국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11일 국토교통부는 경기 수원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의 1 대 5000 축척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요청에 대한 심의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구글이 향후 60일 안에 ‘보완 신청서’를 제출해야 심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내야 할 보완 신청서는 지난 9월 9일 있었던 회사의 공식 발표에 관한 것이다. 구글은 9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지도 반출 심의를 위해 내세운 조건인 △지도 내 안보시설 가림 처리 △좌표 노출 금지 등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에는 세부 사항을 담은 공식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협의체 측은 “구글의 대외적 의사 표명과 신청 서류 간 불일치로 인해 정확한 심의가 어려워 해당 내용에 대한 명확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형식상으로는 절차 보완을 요청했지만, 발언 이후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구글의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검토할 만한 기본적인 서류조차 알려주지 않으면서 구글이 한국 시장을 쉽게 보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심의 보류 결정이 불확실성이 큰 한·미 통상 이슈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한 심의를 2007년, 2016년에도 했지만 이렇게까지 보류가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며 “10월 경북 경주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 협의체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구글은 안보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노출 금지에 대해서는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가 요구한 또 다른 조건인 국내 데이터 센터 설치는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강해령/이유정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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