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35 조종사 헬멧 기술서 민간용 'AR 글라스'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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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조종사 헬멧 기술서 민간용 'AR 글라스' 탄생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전쟁을 많이 겪은 이스라엘은 실전 데이터를 무기 개발에만 활용하지 않았다. 이샤이 코언 이스라엘 국방연구개발국(DDR&D) 기획조정본부장은 “실전에서 쌓은 데이터로 기술을 개발할 때부터 ‘듀얼 유스’(민군 겸용)를 항상 염두에 둔다”고 설명했다. 수천 개 전력망을 관리하는 스마트그리드, 증강현실(AR) 헤드셋, 민간 비행기용 레이더 등에서 이스라엘이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이다.

이스라엘의 
‘듀얼  유스’로 개발된 
    AR  스 마트 글라스 
‘랩터’

이스라엘의 ‘듀얼 유스’로 개발된 AR 스 마트 글라스 ‘랩터’

라파엘어드밴스트디펜스시스템스의 사내 프로젝트를 통해 분사한 엠프레스트가 대표 사례다. 이스라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인 아이언돔의 지휘통제·전투관리(BMC) 시스템 중 핵심 소프트웨어를 엠프레스트가 개발했다. 1000여 개에 달하는 비행체를 탐지·분석·추적하는 아이언돔의 명령·제어(C2)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수천 개의 분산된 발전원과 센서를 관리하는 스마트그리드에도 활용된다. 이 알고리즘은 수많은 센서와 변압기, 패널, 배터리 등을 제어하면서 태양광·풍력 등 예측이 어려운 신재생에너지를 인공지능(AI)으로 최적화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작업을 한다. 미 육군·해군에 조준경, 통신, 무전기 등을 공급하는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스의 ‘헬멧 장착형 디스플레이’(HMD)도 방산 기술이 민간으로 확산된 대표적인 사례다. F-35 전투기 조종사가 쓰는 엘빗의 HMD는 세계 시장 점유율이 93%에 달한다.

가장 성공적인 듀얼 유스 사례는 의료기기 분야의 비요닉스(BeyeOnics)다. 비요닉스는 외과 의사가 고개를 숙여 현미경을 보는 대신 HMD 기술을 적용한 AR 헤드셋을 통해 환부의 3차원(3D) 영상과 데이터를 보며 수술할 수 있는 시각화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이미 미국 시장에서 상용화됐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에브리사이트(Everysight)가 있다. 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AR 스마트 글라스 ‘랩터’를 상용화하는 성과를 냈다.

이스라엘의 듀얼 유스 원칙은 전시 국가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 이스라엘 국방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시에도 4~5%에 달하고, 작년과 같은 전시엔 8%대로 치솟는다. ‘방산 R&D→민간 스타트업→글로벌 수출’이라는 흐름을 만드는 등 방산을 민간 혁신의 엔진으로 활용하는 이스라엘 모델이 듀얼 유스 전략을 통해 작동한다. 감청·통화 분석 시스템을 개발한 NICE가 현재 기업의 고객경험 관리(CX)용 AI 기업으로 각광받는 것이 주요 사례다. 사이버보안 분야의 체크포인트소프트웨어테크놀로지, 군용 레이더를 개발해 자율주행 차량용 4차원(4D) 레이저까지 공급하는 아베로보틱스도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듀얼 유스 기업이자 미국 나스닥 상장사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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