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불행한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인공지능(AI)과 드론, 아이언돔 등 이스라엘의 혁신을 보여주는 경연장이 됐습니다”. 지난달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행사에서 만난 드로르 빈 이스라엘혁신청장(사진)은 이스라엘의 혁신 DNA가 “척박한 환경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1948년 건국된 이후 주변 아랍 국가와 수없이 전쟁을 치르며 스스로를 방어할 방법은 ‘기술’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올해 최고의 유망 기업을 뽑는 스타트업 경연 ‘배틀필드 200’ 상위 60개 기업 중 이스라엘은 무려 17개 사를 배출했다. 빈 청장은 “이스라엘 기술 기업들의 혁신성과 파괴력을 잘 보여주는 위대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그 덕분에 이스라엘의 인수합병(M&A)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5월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이스라엘 기업 위즈를 320억달러(약 45조5000억원)에, 7월 팰로앨토네트웍스가 사이버아크를 250억달러(약 34조원)에 인수했다. 두 기업 모두 창업자가 이스라엘 정보전의 중추인 8200부대에서 복무한 사이버보안 기업이다.
하마스의 기습 침공은 큰 시련이었다. 빈 청장은 “한동안 이스라엘을 오가는 항공편이 없어 기술 기업들이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해외 고객을 만나러 가기 어려웠고, 기업 총원의 20%가량이 예비군에 소집돼 근무할 직원이 없었던 때도 있다”며 혼란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스라엘혁신청은 전쟁 발발 직후 1억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조성해 해외 투자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스타트업 네이션’(창업 국가)이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의 창업 문화가 뿌리를 내린 데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원동력이 됐다. 빈 청장은 “지난해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펀드를 운영했다”며 “회사를 시작하기 전이나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도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도록 8만달러(약 1억1400만원)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으로 바쁜 와중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창업에 뛰어든 이유는 자신의 안락한 환경에서 벗어나 도전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펀드의 펀드’라고 불리는 요즈마 펀드도 부활시켰다. 이번에 설정된 펀드는 1993년 설립돼 8년간 운용된 국부펀드와 구별하기 위해 요즈마 펀드 2.0이라고 이름 붙였다. 요즈마 펀드 2.0은 이스라엘 기관투자가가 VC에 투자하거나 요즈마 펀드가 직접 딥테크 벤처 펀드에 투자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운용된다. 빈 청장은 “펀드가 성공하면 그들은 정부에 원금을 갚고 초과 수익을 갖게 된다”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벤처 기업에 투자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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