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면 처음 시작할 때부터 좋은 연장을 구비해 사용하는 도배사들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비싸고 좋은 연장을 늘려가는 도배사도 많다. 각자 좋아하는 공구 브랜드가 있어서 그 브랜드의 연장을 사 모으는 재미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예약을 해놓고 기다리거나 국내에서 팔지 않는 제품은 해외 배송 사이트를 이용해 구매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도배사들끼리 만나서 하는 대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연장과 함께 작업복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는 금방 더러워지고 해지는 옷이라는 생각에 겉모습은 개의치 않고 그저 일하기 편한 것으로만 입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여름이면 ‘냉장고 바지’에 기능성 티셔츠를 입는 것이 가장 흔한 차림새였다. 하지만 지금은 작업자들의 특성이 반영돼 기능적이고 디자인까지 근사한 작업복을 일부러 찾아 입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작업복을 전문적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해 판매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 많은 연장이 다 필요한지,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작업복을 사서 입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 연장이나 작업복이 없다고 해서 도배 작업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가끔씩 필요해서 가지고 다니는 연장도 있고, 옷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작업을 위한 기능도 있지만 스스로 내 모습에 만족하기 위해 골라 입기도 한다.정말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름의 이유를 붙여 돈을 모아 구매하는 모습이 어찌 보면 낭비나 사치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행복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일터는 우리가 하루 중에서, 그리고 더 크게는 인생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또 기술직에 몸담은 사람들에게 작업복과 연장은 가장 많이 사용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물건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업복을 입고 출근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연장을 가지고 일하는 것에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소비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때로 일과 삶을 분리해서 생각한다. 그래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은 다른 곳에서 사용하며 만족감을 느끼려 한다. 하지만 일은 삶의 일부이기에 분리될 수 없다. 사회에 나와 은퇴하기 전까지 끝없이 일을 해야 한다면 일터에서도 행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작고 소박한 잠깐의 행복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도배사들을 포함한 기술직 작업자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더 많은 제품들이 생겨나고 선택지가 넓어졌으면 좋겠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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