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 밀려오는 AI… 기술보다 맥락 알고 판단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맹성현의 AI시대 생존 가이드]

1 week ago 6

AI 시대, 연쇄 해고를 접하며
빅테크, AI 전환 과정서 감원 단행… 일자리 위협 크지만 과장된 측면도
역사 속 기술 혁신은 새 직업 창출… 복합 의사결정, 소통 등 대체 안 돼
직장인은 ‘업스킬-리스킬’로 대응… 학생은 ‘전공+AI’로 영역 확장해야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인력 감원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2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마존이 최대 3만 명의 본사 인력을 감원할 예정이다. 이들 대부분은 인사, 운영, 마케팅 등 사무직으로, 아마존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사무직 인력 감축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에만 1만5000명 이상을 감원했고, 메타 역시 AI 조직 재편 과정에서 약 600명을 내보낸 것으로 보도됐다.》이러한 뉴스는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우려에 불을 지폈다. AI는 우리의 일자리를 얼마나 위협하는 존재일까.

AI발(發) 일자리 경고는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데이터 처리, 광고, 교육, 상담, 회계, 소송 등 사무직과 전문직으로 자동화가 확대되고 있다. 둘째, 과거 제조업 중심의 자동화와 달리 현재 AI는 분석, 기획 같은 인지적 업무를 대체하면서 고학력·고소득 근로자가 AI로 인한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AI의 코딩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및 데이터 분석 인력에 대한 수요도 점차 줄고 있다. 셋째, AI 기술을 소유한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 간의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넷째, 신입사원이 담당하던 기초 업무의 자동화로 청년 실업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정신·육체·감정노동의 상대적 가치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모두 타당하지만, 과장된 측면도 있다. 특히 유튜브 영상들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시청자를 불안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AI는 특정 업무의 효율을 극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MS와 메타의 감원은 AI 전환과 무관하지 않지만 이를 ‘대량 실업’의 신호탄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은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 일자리를 창출해 왔기 때문이다. AI 시대도 마찬가지다. AI 트레이너,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 전문가, 데이터 큐레이터 같은 새로운 직업이 이미 등장했고, AI를 활용한 창작·컨설팅·맞춤형 서비스 분야도 성장하고 있다.

또한 AI가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복합적 의사결정, 창의적 문제 해결, 공감과 설득이 필요한 대인관계, 예측 불가능한 상황 대처 등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최근 빅테크의 감원은 팬데믹 시기 과도한 채용에 따른 구조조정의 성격이 있으며, 경기 둔화와 사업 재편 등 복합적 요인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직장인이라면 무엇보다 ‘역량 강화(upskill)’와 ‘재교육(reskill)’이 중요하다. 현재 보유한 역량을 업그레이드하고, 모르던 분야의 기술을 습득해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해야 한다. 동시에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 위주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협업과 소통 능력, 복잡한 상황에서의 판단력 등이 그것이다. 특히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맥락에 따른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능력은 AI가 쉽게 따라오기 어렵다. 인간성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는 더욱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이제 하나의 전공에만 ‘올인’ 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회 및 직종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전공(X)에 AI를 접목하는 ‘X+AI’ 역량을 개발하되, 그 경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디자인 전공자라면 생성형 AI 기반 디자인뿐 아니라 사용자경험(UX) 전략과 서비스 기획까지 시야를 확장해야 한다. 예술·콘텐츠 영역에서는 AI가 오히려 창작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AI 아트 디렉터,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러, 콘텐츠 큐레이터처럼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새로운 직업이 계속 탄생하고 있다. 실무 경험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인턴십, 공모전, 창업, 산학협력 프로젝트 등을 통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필수적이다. 요즘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 역량 때문이다. 학생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아 ‘준경력자’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AI는 아직 직접 경험을 할 수 없으므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다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데이터 마이닝 능력이 각광받았지만 이제 AI가 그런 작업을 대신한다. 따라서 코딩이나 단순한 데이터 분석보다 컴퓨팅 사고를 통해 문제를 구조화하고 분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AI가 도출한 분석 결과를 맥락 속에서 해석하며, 그것을 의사 결정과 전략 수립에 연결하는 능력이다. 데이터로 스토리를 만들고 통찰을 끌어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AI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되, AI를 어떤 문제에 어떻게 활용할지 판단하고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창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저 불안해하거나 조직적으로 저항하기보다는 AI와 함께 성장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AI가 할 수 있는 일은 AI에 맡기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