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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프랑스 정치철학자 피에르 로장발롱은 포퓰리즘을 "국민이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소외됐다고 느낄 때 분출하는 정치적 감정"이라고 정의했다. 제도권 정치가 신뢰를 잃고, 국민이 "누가 내 말을 들어줄까?"라고 의심하는 상황에서 이런 불신은 분노로 바뀐다. 포퓰리즘은 국민의 분노를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눈다. 인기와 표심을 좇으며 국민의 분노를 소비할 뿐이다. 특히 재정을 통한 인기몰이는 국가를 위기로 몰아간다.
유럽의 '빅3'가 포퓰리즘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낮췄다. 올해 들어 무디스·피치에 이어 세 번째 강등이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112%에 이르고, 올해 성장률은 1% 미만에 그칠 전망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개혁을 추진했으나, 거센 저항에 밀려 후퇴했다. 고령화와 저성장 속에 구조개혁이 지연된 데 따른 결과다.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 단절 이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고,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선심성 보조금 정책으로 재정 여력이 고갈되며 연정이 붕괴됐다. 영국도 성장률 1%대 정체 속에 지난해 공공부채가 GDP의 100%를 넘어섰다.
반면 남유럽은 위기를 딛고 반전에 성공했다. 그리스는 2000년대 후반 방만한 재정운용과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부도 위기까지 갔다. 하지만 고강도 긴축과 구조개혁으로 회복세로 돌아섰다. 그리스의 국가부채 비율은 2020년 GDP 대비 206.3%에서 2023년 161.9%로 낮아졌다. GDP 성장률도 2021년 8.4%, 2022년 5.9%로 EU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스페인도 부채를 줄이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대 초 유럽 재정위기 당시 방만한 복지정책에 의존했던 남유럽이 개혁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남미에선 '복지 포퓰리즘'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볼리비아는 2005년 이후 20년간 좌파 정권이 집권하면서 과도한 복지와 보조금 정책으로 재정이 무너졌다. 천연가스 수출 급감으로 중앙은행의 달러가 바닥났다. 지난 19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 후보가 승리한 것은 민심 이반에 따른 결과다. 아르헨티나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플레이션이 140%를 넘자, 유권자들은 작년 대선에서 '복지축소·시장개혁'을 내건 하비에르 밀레이를 선택했다.
한국도 재정확장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한국의 복지지출은 2015년 115조 원에서 지난해 240조 원으로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국가채무는 올해 1천300조 원을 돌파해 GDP의 5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 확대는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재원 마련 없는 퍼주기다. 이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해선 우선순위와 효율에 따른 배분이 긴요하다. 재정 건전성을 위해선 나라 살림의 체계적인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21일 09시4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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