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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2025.9.28.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리튬이온은 인류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1년 소니(Sony)가 상업화에 성공한 이후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거쳐 전기차와 데이터센터의 핵심 동력원으로 자리 잡았다. 작고 가벼우면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사용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먹혔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내부 분리막이 손상되면 열폭주가 시작된다. 과충전과 고온, 물리적 충격에 민감하며, 한번 불이 붙으면 멈추지 않는다. 작은 배터리가 순식간에 통제 불능의 괴물로 변한다.
괴물의 실체는 지난해 6월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드러났다. 이 공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1개의 열폭주 현상이 연쇄 폭발로 이어졌다. 화마(火魔)는 삽시간에 공장 전체를 휩쓸었다.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대부분은 안전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파견 노동자였다. 비상구는 잠겨 있었고,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으며, 소화 장비는 배터리 화재 앞에 무력했다. 배터리의 위험성은 알려져 있었지만, 관리는 부재했다. 법원은 최근 회사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최고 형량이었다.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에서 UPS(무정전 전원공급장치)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났다. 화재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2022년 10월 판교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의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화재는 국가 전산망을 마비시켰다. 주민등록과 정부24, 우체국, 온나라시스템까지 불통이었다. 공무원들은 수기로 결재했고, 시민들은 서류 한 장을 떼려고 연차를 냈다. 구청과 주민센터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첨단의 탈을 쓴 '아날로그 정부'의 민낯을 보여줬다.
독일 작가 마크 엘스베르크의 소설 <블랙아웃>은 사이버 테러로 며칠 만에 유럽 전역의 전력망이 무너지는 과정을 그렸다. 전기가 끊기자 물과 식량이 끊기고, 교통은 정지했으며, 병원은 마비됐다. 시민들은 패닉에 빠졌으나,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는 소설의 한 장면이 현실로 옮겨온 듯한 데자뷔를 안겨줬다. 더욱이 이 사고는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하나가 국가 전체를 혼돈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전산망은 혈관과 같다. 혈관이 막히면 생명이 끝나듯이 전산망이 마비되면 국가가 멈춘다. '인공지능(AI) 강국', '디지털 선도국'을 외치기 전에 기본 인프라부터 튼튼하게 지켜야 한다. 중요한 데이터센터는 이중, 삼중 백업 체계로 운영하고, 물리적으로 분산 배치해야 할 것이다. AI 기반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해 이상 징후를 실시간 감지하는 방안도 향후 과제다. 아울러 대다수 전산시설에 비슷한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관련 시설들의 점검도 빠짐없이 이뤄져야 한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30일 11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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