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외환위기 맞먹는 고용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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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1997년 말 발생한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의 모든 분야에 엄청난 한파를 몰고 왔다. 정부와 기업, 가계가 모두 사정이 어려웠고 생산과 투자, 소비가 대부분 부진했으며 실물과 금융, 수출, 고용 등에서 긍정적인 지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환위기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이 투자와 비용을 줄이기 시작하면 인건비 절감이 우선이었고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중단하곤 했다. 최근 청년층이 겪는 취업 한파도 과거 경제위기 시절에 못지않은 수준이다.

이미지 확대 얼어붙은 청년 일자리

얼어붙은 청년 일자리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정부가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추진 방안을 발표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취업 게시판 앞으로 학생이 지나고 있다.
최근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이번 정책은 모든 청년에게 더 나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9.10 eastsea@yna.co.kr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구인 배수가 0.44였다. 구인 배수는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를 의미하므로 일자리를 구하는 100명 중 44명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작년 같은 달(0.54)보다 떨어진 것이며 역대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8월(0.2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인 배수는 지난 1월 0.28까지 떨어졌다가 다소 회복되는 양상이지만 일자리 부족과 구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8월 취업자 증가 규모는 16만6천명이었다. 지난 6월 18만3천명, 7월 17만1천명 등으로 증가 폭이 줄고 있다. 더구나 60세 이상의 취업자는 늘었는데 청년층인 15∼29세는 큰 폭으로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지난달 21만9천명 줄었는데 7월(15만8천명 감소)보다 감소 규모가 커졌다. 전체 고용률은 63.3%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p) 올랐지만, 청년층의 고용률은 45.1%로 1년 새 1.6%p 떨어졌다. 청년층 고용률은 16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일을 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20대가 43만5천명, 30대가 32만8천명에 달했다.

이미지 확대 뚝 떨어진 청년 고용률…'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추진 방안 발표

뚝 떨어진 청년 고용률…'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추진 방안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정부가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 추진 방안을 발표한 10일 서울 시내 한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취업 정보를 살펴보는 학생들의 모습.
최근 청년 고용률이 16개월 연속 감소한 가운데, 이번 정책은 모든 청년에게 더 나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9.10 eastsea@yna.co.kr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 국내 기업 500곳 중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는 기업은 60.8%에 그쳤다. 신규 채용 계획 비율은 2022년 72.0%에서 2023년엔 69.8%로 떨어졌고 작년엔 66.8%에 그치는 등 매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500대 기업의 작년 신규 채용 인원이 전년보다 12.0% 줄었는데 올해도 증가세로 돌아서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은 국내 7개 특별·광역시의 올 상반기 고용률이 2021년 이래 처음으로 하락했다는 통계도 있으니 일자리 통계, 특히 청년층 고용의 먹구름은 짙어져만 간다.

내수·수출의 부진으로 저성장 장기화가 예상되지만, 경기 부진의 엉킨 실타래는 청년 고용에서부터 풀어야 한다. 고용이 늘어야 수입이 늘고 소비가 살아나며 다시 기업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경력 개발을 위한 지원과 대책 마련에 주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업이 경력직만을 선호하는 여건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10일 발표한 '청년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는 청년 고용절벽 타개를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정부가 일회성 지원과 대책에 머물지 말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길 기대한다. 일하고 싶은 청년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11일 06시1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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