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의 주인공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간판 스타 무함마드 살라흐. 지난달 28일 리버풀이 안방경기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고 토트넘을 상대로 5-1 대승을 거두며 2024∼2025시즌 우승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장면이다. 살라흐는 이날도 1골을 추가하며 28골로 득점 1위를 질주했다.
토트넘의 간판 스타 손흥민은 살라흐가 앞장서 자신의 팀을 처참히 무너뜨리며 우승 제물로 삼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지난달 중순 발을 다친 손흥민은 이날까지 4경기째 출전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계속 결장하고 있다. 한때 리그 최고의 골잡이라는 영광을 함께 누렸던 두 선수의 최근 상황은 두 팀의 유니폼 색깔처럼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2021∼2022시즌 EPL 공동득점왕(23골)에 올랐던 살라흐와 손흥민은 만 32세로 동갑내기다. 살라흐가 다시 우승과 함께 리버풀과의 재계약으로 화려한 전성기를 연장해 가고 있는 반면에 손흥민은 재계약 불발에 이어 부상 악재까지 겹친 데다 이적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토트넘은 강등권을 가까스로 벗어난 16위로 곤두박질쳤다. 4일 현재 손흥민은 이번 시즌 7골(38위)을 기록 중이다.최근 손흥민의 부진을 두고 그가 나이로 인해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같은 나이인 살라흐의 활약을 보면 나이가 절대적인 요인은 아닌 듯하다.
리버풀의 아르네 슬롯 감독은 별다른 선수 보강 없이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과 역할 조정만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4-2-3-1을 중심 포메이션으로 활용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역할을 끌어올렸다. 라이언 흐라벤베르흐와 알렉시스 맥 알리스터 등이 가로채기와 태클 등으로 중원에서부터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이를 재빨리 역공으로 연결했다. 이때 빠르고 개인기 좋은 공격수 살라흐의 역할을 충분히 살렸다. 전체적으로 공격 템포를 과거보다 여유 있게 조절하면서 좀 더 정교한 패턴 플레이를 구사했는데, 이로써 팀 전체의 체력 소모를 완화했다. 여기에 훈련 일정을 선수 몸 상태를 고려해 맞춤형으로 개편하며 주요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친 것도 우승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토트넘의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실전과 훈련에서 모두 강경 일변도였다. 매우 강한 전방 압박을 강조하고 라인을 끌어올리며, 그만큼 과격한 공수 전환을 요구하면서 선수들을 혹사시켜 부상자가 속출했다. 토트넘은 주전 10여 명이 번갈아 다치며 제대로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기가 몇 없었을 정도로 선수 관리에 실패했다. 리버풀은 살라흐에게 팀 역대 최고 대우인 연봉 466억 원에 2년 재계약했다. 그는 각종 기록에 도전하며 더 큰 전설이 되려 하고 있다. 살라흐는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이 제시한 연봉 2400억 원을 거부하고 리버풀에 남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리버풀에서 내 축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버풀과 살라흐는 거액의 외부 유혹을 물리칠 만큼 상호 신뢰와 심리적 유대 관계를 구축했다. 반면 토트넘은 그동안 연봉 180억 원으로 팀 내에서는 최고이지만 활약에 비해 연봉이 낮았다는 평가를 들어온 손흥민과 재계약하지 않고 2026년까지 1년 연장 옵션을 택했다. 이를 통해 토트넘은 내년 손흥민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기 전에 어떻게든 이적료를 받고 손흥민을 팔려는 속셈인 듯하다. 토트넘의 대니얼 레비 회장은 선수 장사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이번 시즌에 리버풀의 선수 맞춤형 운영과 토트넘의 선수 소모적 운영은 명백한 대비를 이루었고 결과도 극과 극이다. 선수들의 체력을 갈아 넣으며 단기 성과를 이룰 순 있어도 그런 방식이 오래 성과를 낼 리는 없다. 더군다나 배려 없이 소모적 희생만을 강요할 때에야. 토트넘의 팀 운영 방식은 영국 현지 팬들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그러한 운영 방식의 희생자 중 한 명인 것 같아 안타깝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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