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후 항공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우주 쓰레기 파편인 것 같다” “작은 운석일 것이다” 같은 추측이 나왔다. 해당 고도에서는 새가 부딪히는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고도 11km에서 산소량은 지상의 30% 이하이고, 기온도 영하 50도 아래로 떨어진다. 어지간한 새가 날 수 없는 환경이다. 비행기를 살펴봐도 깃털이나 혈흔처럼 새가 부딪힌 흔적은 없었다.
통계를 봐도 이 고도에서 새와 부딪힐 확률은 0에 가깝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고도별로 조류 충돌 사고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보면 1만1500피트(약 3.5km) 이상의 높이에서 조류 충돌은 모두 합쳐 0.9%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인 점은 비행기 앞유리가 완전히 깨져서 구멍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FAA는 항공기 앞유리를 제작할 때 약 1.8kg(4파운드) 무게의 물체가 비행기의 설계 순항 속도로 앞유리와 충돌하더라도 유리창이 관통하지 않도록 제작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깨질 수는 있지만 구멍이 나거나 유리가 떨어져 나가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조종석 앞유리는 통상 강화유리 3겹을 덧대 제작한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폴리에스터나 폴리비닐 레진 같은 고강도 합성수지를 샌드위치처럼 덧댄다.값도 비싸다.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잉 737 기종의 경우 통상 앞유리 한 장의 교체 비용이 2만6000달러(약 3700만 원)를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소재 기술이 발달하면서 보잉 787이나 에어버스 220 등 일부 기종이 유리를 6장에서 4장으로 줄이고 면적은 넓혀 조종사들이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유리값은 더 비싸진다.
그러면 고도 11km 상공에서 유나이티드 항공기의 앞유리를 박살내고 조종사에게 찰과상을 입힌 ‘물체’는 무엇이었을까. 사고가 보도되자 미국의 기상관측 데이터 업체인 ‘윈드본WX’라는 회사가 ‘자진 납세’를 했다. 자신들이 띄운 기상 관측 풍선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 기상 관측을 위해 띄우는 풍선에 매다는 기상 관측 장비는 최대 30km 고도까지 올라간다. 통상 무게가 수백 g 수준이지만 시속 900km 전후로 나는 비행기에 부딪히면 충분히 유리를 파괴할 수 있다.
이원주 산업1부 기자 takeoff@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4 days ago
2
![[기고] AI 제조 혁신의 성패, 내재화·생태계 구축이 가른다](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닷컴 버블의 교훈[김학균의 투자레슨]](https://www.edaily.co.kr/profile_edaily_512.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