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꽝스러운 꼴이란 이런 겁니다. 어떤 일을 A로 전망합니다. 결과는 B입니다. A가 예상됐으나 결과는 B였다, 의외다, 반전이다, 예상 밖이다 합니다. C로 보는 게 타당한 사안을 D라고 짚고는 그것을 기준으로 순환논리를 만들어 어느 땐 C라 했다, 어느 땐 D라 했다 너무 쉽게 번갈아 씁니다. 참 편합니다. 문제는 그 결과가 본래부터 예상 안에 있던 것으로 의외가 아닌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C를 D라 하는 것 역시나 과도하다고 보이는 사례가 많고요. 오늘도 헛발질은 계속됩니다. 모든 매체의 기막힌 현실입니다.
여러 매체 중 가장 많이 노출되어 심판받는 곳은 언론입니다. 매일매일 분석 기사를 거를 수 없으니까요. 끊임없이 진단하고 비평해야 하고요. 헬무트 슈미트 옛 서독 수상(독일 통일 전인 1974∼1982년 재임)은 일찍이 말했습니다. "정치인과 언론인은 슬픈 운명을 공유한다. 내일이 돼야만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오늘부터 떠들어대야 하는 운명 말이다." 두 직업인 모두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에 대해 아는 척해야 한다는 처지를 지적했습니다. 이 말을 인용한 것은 공감이 클 거라 봐서입니다. 그는 독일인들이 역대 가장 현명한 정치인으로 꼽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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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출판사 제공]
사정이 이렇다면 운명을 자각하며 편한 길은 잊어야 합니다. 불편하더라도, 잘못했다 싶으면 바로잡아야지 예상 밖이라고 밀어붙이거나 빈곤한 해설을 반복해선 웃음거리가 될 뿐입니다. '내일이 되기 전'이라면 물론 더더욱 신중해야 하고요. 협치(협력정치의 준말로 통칭)는 신기루라고 지난 글에서 말했습니다. 협치가 물꼬를 텄다느니 시동을 걸었다느니 또 그럽니다. 주된 논거라는 것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한 차례 회담입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이겁니다. 이 회담 뒤 여야 간 싸움이 벌어지면 '협치 (급속) 냉각'인가요? 그런가요, 정말? 생각을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협치 물꼬'는 원래 빗나간 해석 아닐까 하고요. 그 해석을 유지하려고 또 협치를 끌어들여 '냉각'이라 하는 거라고요. 지난 회담은 의미 있는 첫 대화였을 뿐입니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이 험로를 걸으리라는 것은 누구라도 예상하는 바이고요. 이건 내일이 돼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협치는 코끼리를 가두겠다는 새장처럼도 보입니다. 오늘의 판단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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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통독 기반 닦은 슈미트 전 총리 역사속으로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2번, 슈미트 인용문 원문 포함)
1. 헬무트 슈미트 어록 - https://www.zitate7.de/autor/Helmut+Schmidt/
2. Politiker und Journalisten teilen sich das traurige Schicksal, daß sie oft heute schon ueber Dinge reden, die sie erst morgen ganz verstehen. (읽기 쉽게 의역하여 본문에 반영)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11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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