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렸지만 바로잡기 어려운 속설들…이분법적 확증편향 시대를 헤쳐갈 지혜는?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악어와 악어새를 생태계 공생 관계의 대표 사례로 알고 있다. 악어새가 입을 벌린 악어의 이빨 사이에 낀 찌꺼기를 먹이로 섭취하고, 덕분에 악어는 구강 건강을 유지하는 서로 이로운 관계라는 속설 말이다. 그러나 이는 오해이자 틀린 상식이다.
사실 악어는 이빨 사이에 찌꺼기가 잘 안 끼는 구강 구조를 지녔고 이빨 용도도 씹기보다 먹이를 조각내어 삼키기 위한 것이다. 악어새로 불리는 이집트물떼새도 원래 씨앗, 벌레 등을 먹는다. 악어가 체온 조절 등의 이유로 입을 벌린 채 쉴 때 악어새가 입안에 앉아 있는 모습이 가끔 목격된 사례를 두고 이런 오해가 구전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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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잘못 알려진 채 세간에 뿌리내린 엉터리 상식이 많다. '곰을 만나면 죽은 체하면 안전하다, 코브라가 피리 음률에 맞춰 춤을 춘다, 금붕어의 기억력은 3초만 유지된다' 등이 있다. 실제로는 곰 앞에서 죽은 척하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고, 코브라는 진동에 반응하는 것뿐이며, 금붕어는 과학적으로 몇 달간 기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3초 기억력' 오명의 주인공 달팽이 역시 그것보다는 기억이 오래간다.
인체와 관련한 잘못된 속설도 허다하다. '인간은 뇌의 10%만 사용한다, 여자는 좌뇌가, 남자는 우뇌가 더 발달했다, 우뇌는 논리적 부분을, 좌뇌는 창의적 부분을 각각 담당한다' 등의 명제도 평소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들이다. 하지만 인간은 뇌 대부분을 통합적·유기적으로 활용한다. 남녀 뇌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고 다만 호르몬 차이가 행동과 사고의 성별 차이를 만든다. 또 뇌의 특정 부위는 특정 기능에 집중되지 않았다. '면도를 자주 하면 털이 더 빨리 굵게 자란다, 체온은 머리를 통해 가장 많이 손실된다' 같은 말도 사실이 아니다.
역사와 과학 지식도 잘못 아는 게 적지 않다.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키가 작았고 그에 따른 열등감까지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심지어 키 작은 사람들이 보상 심리로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심리 상태를 일컬어 '나폴레옹 콤플렉스'란 용어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키는 170cm로 당시 프랑스인 평균보다 컸다. 작다고 잘못 알려진 건 프랑스의 피에(pied)와 영국의 피트(feet) 단위를 같은 길이로 계산해서라고 한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이름이지만, 사실 원작에선 창조주인 과학자의 이름이다.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면 암을 유발한다는 속설 역시 과학적 증거가 없다.
생활에 가장 밀접한 식품 이야기에 이르면 확인 안 된 미신 같은 주장이 난무한다. 심지어 전문가들이 잘못된 얘기를 퍼뜨렸다 바로잡은 사례도 가끔 나온다. 우리나라 라면의 효시이자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보였던 삼양라면이 과거 공업용 우지(소기름)로 면을 튀겼다는 괴담에 추락했던 건 대표 사례다. 삼양은 최근 우지를 사용한 라면을 재출시하며 명예 회복에 나섰다. 한때 식물성 기름을 찬양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식용 기름은 동물성이 건강에 더 좋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리브유와 코코넛유를 제외한 식물성 기름은 몸에 좋지 않으니 가급적 우지, 돈지, 버터를 사용하라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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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김정수 부회장이 3일 서울 중구 보코서울명동 호텔에서 열린 삼양식품 신제품 출시 발표회에서 우지 유탕으로 만든 삼양 1963을 소개하고 있다. 202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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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식품 첨가물에 대한 견해는 관계 기관과 전문가 사이에서도 때마다 오락가락해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그래서 식품 당국과 언론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MSG로 불리는 L-글루탐산나트륨,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나트륨이 대표적 논쟁 대상이다. 이들 첨가물을 두고 수십 년간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제적 전문기관들이 유해성이 없고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과학적 설명을 내놓았는데도 괴담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니 식품회사들도 MSG나 사카린을 넣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는 마케팅을 많이 한다.
이처럼 어떤 사실이 한 번 잘못 알려지면 바로잡는 건 매우 어려워진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과학적으로는 인간의 뇌가 사물과 현상을 받아들이기 편한 쪽으로 이해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속성이 있어서라고 한다. 우리가 추구한다는 보편적 진실은 사실 각자의 진실이며, 인간은 태생적으로 비이성적 존재라는 뜻이다. 이런 인간 본성은 인지 부조화, 확증 편향, 이분법적 사고, 감정적 추리 등의 행동 양태로 나타난다. 우리 인류가 종교나 정치적 신념에 따라 다른 사람에 해를 가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는 건 이런 본성에 기인한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양극화와 진영 논리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나치나 공산당처럼 이런 불완전한 본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선동 전술로 체계화해 악용한 집단도 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다행히 인류는 이러한 태생적 한계와 약점에도 한편에선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장점도 함께 지녔다. 음모론과 미신, 비이성과 반지성, 광기와 맹목적 추종으로 가득한 듯 보이는 세상이지만, 현상을 지혜롭게 분별하려는 의지만 잃지 않는다면 야만으로 퇴보하는 건 막을 수 있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1월05일 14시49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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