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유럽산 AI로 기술 주권 강화 나선다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 중심의 인공지능(AI) 생태계에서 벗어나 자국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주권' 확보에 나선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유럽산 AI 도구 사용을 확대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어플라이(Apply) AI 전략'을 마련했으며, 오는 7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전략 초안에 따르면 EU는 유럽 내에서 개발된 AI 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가속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공기관이 유럽산 오픈소스 AI 솔루션을 우선 도입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제조·보건 등 주요 산업 전반에 AI 적용을 확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EU 집행위는 외국 기술 의존이 '국가 또는 비국가 세력에 의해 무기화될 수 있는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유럽에서는 기술 의존 불안이 커지고, 중국의 AI 부상으로 기술 주도권 약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EU는 전략 실행을 위해 10억유로(약 1조6000억원)를 투입해 산업 전반의 AI 도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국방 분야에서는 유럽산 AI 기반 지휘통제(C2) 시스템 개발·배치를 추진해 나토(NATO)를 통한 미국 장비 의존도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또한 우주 방위 분야에서는 '주권 프런티어 모델' 개발을 지원하고, AI를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가 아닌 유럽의 제도·산업·안보를 지탱하는 전략 자산으로 규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이탈리아 테크 위크'에서 “유럽이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어플라이 AI 전략을 통해 전 산업 분야의 AI 도입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