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노동경찰’로 불리는 근로감독관을 현재의 3000명 수준에서 3년 뒤 1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산업재해와의 전쟁’에 대응한다는 명분이다. 보건복지부는 불법 사무장병원을 척결해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겠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에 대해 민생금융범죄도 근절하겠다며 전담 특사경 신설과 인지수사권, 강제조사권을 요구하고 있다.
수사 조직 늘려가는 행정부처들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은 단칼에 끊어내는 것이다. 소위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나 ‘쾌도난마’ 같은 해법이다. 최근 정부가 난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바로 이렇다. ‘나쁜 놈들’을 설정하고 강력한 단속과 수사, 엄벌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기존 경찰 조직 외에 각 행정부처까지 전방위로 동원된다.‘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전쟁을 지휘할 전담조직 신설을 선언했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부동산 감독기구’를 만들어 ‘집값 띄우기’ 등 시장 왜곡에 대해 직접 조사·수사하고, 국토교통부 내 별도의 부동산 특사경도 두기로 했다. ‘부동산판 금융감독원’ 같은 기구는 집값이 급등하던 문재인 정부 때도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시키고 과도한 재산권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란 속에 백지화됐다.
범죄를 척결하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겠지만, 사안을 단순화시켜 진짜 원인을 도외시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빵값이 오른 데는 환율 상승과 원자재 수급 불안, 인건비 상승, 복잡한 유통 구조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텐데 식품업계의 탐욕 탓으로 간단히 돌려버린다. 근로감독관 증원에 앞서 과거 정부에서 근로감독관을 1000명 늘렸는데도 산재와 임금체불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 건보 재정 문제도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을 찾고, 사무장병원 개설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먼저다.
정책 실패 감추는 핑계 아니어야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week ago
6
![[만물상] AI 커닝](https://www.chosun.com/resizer/v2/K5H3H72UKRAAXMHCJTIIR5RBK4.png?auth=bea912f507e4aedfba737b8739f738af3cbe8142c2e49a71590482075488524e&smart=true&width=591&height=354)
![[기고] AI 제조 혁신의 성패, 내재화·생태계 구축이 가른다](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닷컴 버블의 교훈[김학균의 투자레슨]](https://www.edaily.co.kr/profile_edaily_512.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