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코스피 4000 시대… ‘투자자 마음’ 읽는 눈도 필요

5 days ago 3

심리적인 요인도 주가에 영향 커
유행 따르는 심리인 ‘편승 효과’로, 코스피 상승세에 주식 투자 늘어
상장 기업의 진짜 가치 따지기보다 다른 사람 평가 예측해 매수하기도
경제학자 케인즈 “시장은 비이성적”

코스피가 4,221.87로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주요 종목 종가가 표시돼 있다. 증시가 상승하며 주식 시장에서는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일단 주식을 사고 보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 등 다양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관찰된다. 뉴스1

코스피가 4,221.87로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황판에 주요 종목 종가가 표시돼 있다. 증시가 상승하며 주식 시장에서는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일단 주식을 사고 보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 등 다양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관찰된다. 뉴스1
연일 신기록 행진 중인 코스피가 3일 4,221로 장을 마쳤습니다. 마치 마라톤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것처럼 기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요즘은 가족 모임에서도, 직장에서도 주식 이야기가 화제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주가는 왜 오를까요. 기업 실적이 좋아서일까요, 아니면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여서일까요. 오늘은 주식시장과 투자를 결정하는 심리와 연관된 용어들을 알아보겠습니다.

● ‘다들 사니까’ ‘뒤처질까 봐’ 시장 흔드는 심리

주식 가격은 결국 사람들의 생각이 만드는 결과입니다. ‘누군가가 이 주식을 더 비싸게 사 줄 거야’라고 믿기 때문에 오르는 거죠. 숫자보다 심리가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입니다. 밴드왜건 효과는 ‘편승 효과’로도 불립니다. 이 용어는 원래 퍼레이드의 선두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악대차를 뜻하는 ‘밴드왜건’에서 유래했습니다. 유행을 따르는 심리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남들이 산다니까 나도 사고, 뉴스에서 다루니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덩달아 투자하는 심리입니다. 회사 실적을 꼼꼼히 따져서가 아니라 “다들 산다더라”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리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밴드왜건 효과의 문제는 사람들의 생각이 돌아서면 순식간에 방향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심리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습니다. 요즘 젊은 투자자들이 자주 사용해 신문에 등장하고 있는 신조어입니다. 누군가 수익 인증을 하면 나만 뒤처진 것 같아 확신이 없는데도 ‘일단 조금이라도 사 두자’라는 마음이 생기죠. 포모는 합리적인 판단보다 불안이 이끄는 투자입니다.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시장의 과열을 부추깁니다. 몇 해 전 투자 열풍이 불었던 암호화폐(코인) 시장도 같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 “시장은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성적 예언(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표현이 현실로 벌어지는 일도 있습니다. 자성적 예언은 쉽게 말해 믿음이 현실이 되는 경우입니다. 정치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여론조사에서 ‘누구를 지지하느냐’와 ‘누가 당선될 것 같으냐’를 따로 묻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보다 ‘이길 것 같은 후보’에게 마음이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저 사람이 될 것 같다’라는 믿음이 실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거죠.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주식은 곧 오를 거야’라는 기대가 퍼지면 실제로 사람들이 매수에 나서고, 그로 인해 주가가 오르며, 결과적으로 예언이 현실이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믿음이 가격을 만들고, 가격이 다시 믿음을 키우는 구조입니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런 심리를 미인대회 사례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1930년대 영국의 한 신문사가 여성 100명 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진 6장을 고르는 대회를 열었습니다. 상금은 ‘자신이 고른 사진이 실제로 가장 많은 사람에게 선택된 경우’에만 주어졌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선택할 만한 여성에게 투표했습니다.

케인스는 주식시장도 같다고 봤습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진짜 가치를 따지는 게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이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예측하면서 움직인다는 것이죠. 요즘 인공지능(AI) 관련 주식 열풍을 보면 케인스의 비유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AI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주가는 어쩌면 실제 기업 가치보다 한참 앞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니 다른 사람들이 계속 주식을 살 거야’라는 믿음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자성적 예언 현상입니다.

시장에서 움직이는 숫자 뒤에는 사람들의 기대와 두려움, 그리고 모방심리가 있습니다. 케인스는 “시장은 당신이 이성적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케인스의 말은 시장이 이성의 공간이 아니라 심리의 바다라는 뜻일 겁니다. 코스피 4,000 시대를 맞이한 지금 기업의 성과만큼 투자자들의 심리를 예측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제 공부가 될 것입니다.

이철욱 방산고 교사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