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주둔 14연대, 제주 출동 명령에 반란…우익 희생
정부 '토벌군' 투입, 진압 과정서 무고한 양민 학살
이승만, 군 좌익 숙청…박정희, 남로당 명단 넘기고 석방
이대통령 "부당한 명령 맞서" vs 보수 일각 "공산주의 폭동"
공식 명칭은 '여순사건'…"보수·진보, '국민'에 시선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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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미국 사진기자 고(故) 칼 마이던스가 남긴 1948년 여수-순천사건의 현장. 사진은 반군토벌군과 불타고 있는 민가의 모습. 2016.4.30 [ 유광언씨 제공 ]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1948년 10월19일 밤, 전남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일부 장병들이 무기고를 탈취하고 반란을 일으켰다. 주동자는 남조선노동당(남로당) 계열의 상사 지창수로, "동족상잔의 제주도 출동 명령을 거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반란군은 반란에 반대하는 연대 내 남로당 소속 장교들까지 사살하고 여수를 점령한 뒤 순천으로 진격했다.
◇ 반란군에 전남 남동부의 좌익 세력이 가세하면서 경찰서와 관공서가 불타고, 우익 인사와 가족, 경찰 등 약 150명이 희생됐다. 광주에 '반군 토벌사령부'를 차리고 진압에 나선 군경은 '반란 협조자 색출'을 명분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렀다.
여성과 노인, 어린이까지 "부역자처럼 보인다", "평소 사상이 의심스러웠다"는 우익 계열의 음해로 즉결 총살형에 처해졌다. 계엄령이 해제된 1949년 2월까지 최소 수천 명이 숨지는 등 최대 1만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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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미국 사진기자 고(故) 칼 마이던스가 남긴 1948년 여수순천사건의 현장. 순천에서 반군에 의해 처형된 인사의 시신 앞에서 오열하는 가족들. 2016.4.30 [ 유광언씨 제공 ]
이승만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대대적인 숙군(肅軍) 작업을 벌여 군내 좌익 계열의 장교와 부사관 등 약 5천명을 제거했다. 그 과정에서 군내 신망이 두터웠던 박정희 소령이 남로당 군사조직책으로 지목돼 체포됐다.
박정희는 좌익 강경파였던 친형 박상희가 해방 이듬해 대구 폭동에 가담해 사살되자 복수심에서 남로당에 가담해 활동하던 터였다. 박정희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군내 남로당원 명단을 넘기면서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그는 백선엽 장군의 구명 활동 덕분에 감옥에서 풀려나 민간인이 됐다.
◇ 여순사건은 이렇게 제주 4·3 진압 명령 거부로 촉발된 군사 반란에서 시작해, 반란군과 진압군 양측의 민간인 학살, 무자비한 군 내부 숙청으로 끝났다. 남로당 프락치였던 박정희가 훗날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반공을 국시로 내세운 것은 여순사건이 빚어낸 역사의 아이러니다.
정부가 여순을 '반란'에서 '사건'으로 바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태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준을 '권력'에서 '국민',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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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5·16군사정변 직후 박정희 소장과 차지철 대위(오른쪽) 등 쿠데타 주역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지지 시가행진을 바라보고 있다. 2018.9.7 [문화일보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여순사건 77주년을 맞아 당시 제14연대 장병들의 행동을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라는 부당한 명령에 맞선 일로 규정했다.
◇ 이념을 넘어 군의 존립 이유인 국민 보호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일리 있다. 다만, 반란군도 지휘관들과 민간인을 학살한 점을 고려하면 '사건'을 '민중 항쟁'으로 보는 것은 과한 면이 있다.
보수 일부에선 여전히 여순사건을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승만 정권의 정통성을 방어하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주와 여순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역사는 어느 한쪽의 시각과 논리로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보수든 진보든, 폭력의 과거를 인정하고 역사의 진실을 마주할 때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jah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24일 08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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