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극단에는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평가들이 존재한다. “이 세상 최고의 행복은 결혼의 행복이다.” “가정에서 행복한 것이야말로 모든 야망의 궁극적 결실이다.” “결혼은 우리가 성숙해질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다.”
이처럼 결혼에 대한 평가가 양극단으로 갈리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겠지만, 1970년 이후 한국에서는 이혼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율은 한 해 동안 특정 국가의 이혼 건수를 결혼 건수로 나눈 후 100을 곱한 값이다. 이러한 이혼율은 ‘결혼한 사람 가운데 이혼을 선택한 비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한 국가에서 특정 기간 결혼을 선택한 사람 수와 이혼을 선택한 사람 수를 비교함으로써 시대가 변함에 따라 결혼과 이혼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화한 양상을 보여준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한국에서는 22만2412건의 혼인과 9만1151건의 이혼이 발생했다. 혼인 대비 이혼 비율은 약 41%였다. 1970년에는 29만5137건의 혼인과 1만1615건의 이혼으로, 이혼율은 약 4%에 불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인 2021년에는 이혼율이 약 53%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하락해 2000년대 한국의 평균 이혼율은 약 42%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이혼율이 1970년 대비 약 10배 상승했음을 보여준다.전통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한국의 이혼율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회적 가치관의 혼란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42% 수준의 이혼율은 비단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2019년에 발표된 유럽의 이혼율 자료에 따르면 유럽 22개국의 평균 이혼율도 약 42%였다.
물론 서구 사회에서도 이혼율은 과거에 비해 증가했다. 1970년 미국의 이혼율은 약 33%였다. 하지만 2000년대의 평균 이혼율은 약 50%다. 미국 역시 30여 년 새 이혼율이 증가했지만 비슷한 기간 동안 한국의 이혼율이 증가한 것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변화의 폭이 작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1970년 한국의 이혼율이 4%에 불과했던 것은 당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가치관에 따라 결혼 생활이 불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참아왔던 점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 성인 발달 연구 책임자였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이혼 그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불행한 결혼 생활을 무작정 참고서 살아갔던 사람들보다 과감하게 이혼하고서 새출발을 통해 좋은 가정을 꾸렸던 사람들이 노년기에 더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어느 기자가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에게 결혼에 세 번 실패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응수했다. “실례지만, 저는 결혼을 세 번 했을지라도 그 어떤 것도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삶에서 결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이다.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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