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하늘 나는 AI, 지금이 준비의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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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덕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에어모빌리티연구본부장임채덕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에어모빌리티연구본부장

지상에서만 다니던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일본의 주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업인 스카이드라이브는 2인승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기체 모델을 개발 중이며, 2025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항공 모빌리티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이제 기체 비행 안전성뿐만 아니라, 이를 움직이는 인공지능(AI) 신뢰성·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전통적으로 항공 기술 분야에서는 안전과 신뢰가 필수적인 핵심 가치로 널리 인식됐다. 기존 항공 시스템은 규정 기반 정형화된 알고리즘에 의존해왔으며 그동안 사건·사고를 겪고 해결하면서 안전성과 신뢰성의 확실한 기준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항공 AI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AI는 데이터 기반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상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장점에 반해, 학습 경로 추적이 복잡하고 내부 작동원리가 불투명해 안전·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2020년부터 'AI 로드맵'을 수립하고 항공에 적용될 AI의 위험수준을 평가·인증하는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연방항공청(FAA) 역시 항공 AI의 안전성 확보 관련 정책 개발에 착수했다. 미항공우주국(NASA)도 어드밴스드 에어 모빌리티(AAM) 관련 AI 시스템 안전성 확보를 위해 AI 알고리즘을 개발·검증하기 위한 AI 테스트베드를 운영 중이다.

AI는 전통 방법으로는 제공하지 못했던 조종사 부담 경감, 고장 및 정비 예측, 항로 최적화 등에서 다양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어, EASA·FAA가 항공 AI 도입을 위한 단편적인 AI 적용을 넘어 신뢰성 확보 방안 및 인증 체계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항공산업 역량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UAM·AAM 기체를 본격 생산도 못 하고, 항공 AI 국제표준이나 인증체계 개발은 '그림의 떡'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학·연 AI 기술 역량은 세계 수준에 근접해 있다.

대표적으로 필자의 연구원에서는 지난 10년간 '엑소브레인'이라는 한국형 AI를 개발하며 자연어처리, 판단, 추론 등 AI 기반 핵심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또 국내 연구진은 AI 기반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의료 AI 등 다수 분야에서 국제 표준화에도 적극 참여하며 기술적 신뢰를 인정받아 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발전된 AI 기술에 항공 AI 안전 관련 국제표준, 참조 구현, 인증 체계 구축 등을 병행 추진함으로써 안전·신뢰성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면, 국제적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필자 연구원에 AI 안전연구소가 신설돼 AI 안전에 대해 앞장서고 있어 항공AI 안전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항공AI 적용은 항공교통관리(ATM), 정비·유지보수(MRO), 충돌회피시스템 등에서 먼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위해 필요한 부기장 역할을 AI가 담당하는 AI 파일럿 기술도 가능할 것이다.

특히 항공 AI는 기체 제조를 넘어서는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SW) 산업으로 표준과 인증체계, 항공AI 안전 참조시스템 등 선제적 투자로 제도 기반을 마련한다면, 항공 AI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략산업이 될 수 있다.

그동안 AI 관련 정책은 있었지만 항공 AI 관련 정책은 전무했다. 그러나 우주항공청이 발표한 항공혁신전략 중 미래융복합연구에서 'AI 기반 융복합 완전자율비행 기술 확보'에 대한 단계적 추진전략 발표는 의미가 컸다.

탐색연구도 추진하는 등 항공AI 분야의 컨트롤타워로서 우주항공청에 기대가 크다. 지금이 바로, 하늘을 나는 AI의 시대를 준비할 적기다.

임채덕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에어모빌리티연구본부장 cdli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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