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도 신용 강등되는 판인데, 또 기초연금 올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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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19 17:40 수정2025.05.19 17:40 지면A31

대선 후보들이 노인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어제 소득 하위 50%를 대상으로 기초연금을 월 4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매월 34만원을 지급하는데 차등화해 올리겠다는 것이다. 소득에 따른 노령연금 감액 제도 폐지, 가족 간병 시 최소 월 50만원, 65세 이상 배우자는 월 100만원 지급 등도 공약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기초연금 부부 감액’ 단계적 축소,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 개선, 간병비 부담 완화 및 취약 계층 주치의 제도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어르신 돌봄 국가책임제’ 등을 약속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두 후보 공통 공약이다. 경제가 활성화돼 나라 곳간이 넘쳐난다면 복지 확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악화일로에 있는 재정 상황을 보면 오히려 허리를 바짝 좨도 부족할 판이다.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104조원 적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61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54.5%로, 비기축통화국 평균(54.3%)을 웃돌 전망(IMF)이다.

나라 지도자가 되겠다면 곳간 상황을 감안하는 게 마땅한데 후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주요 공약별 소요 재원을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에 연간 15조원, 디딤돌소득 전국 확대엔 연간 최소 10조원, 만 17세까지 아동수당 확대 및 지급액 증액에 연간 8조원 등이 필요하다. 기초연금 감액 제도 폐지, 농촌기본소득 전면 시행에도 연간 수조원이 들어간다. 자영업·소상공인 부채 탕감, 양곡관리법 개정, 청년 구직활동 지원금과 생애 첫 구직급여 지급 등 끝이 없다. 그런데도 재원 방안은 ‘정부 재정 지출 구조조정’ 등 원론에 그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조차 대규모 재정적자와 그로 인한 연방정부 부채 급증으로 신용등급이 잇따라 강등되는 상황이다. 지난 2월 “한국 정치 상황에 따라 부채가 늘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한 피치의 경고를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이제라도 대선 후보들은 퍼주기 공약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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