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덕수 전 총리 '임기 단축' 개헌 공약, 공론화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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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02 17:35 수정2025.05.02 17:35 지면A23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어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개헌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취임 직후 개헌안을 마련하고, 임기 2년 차에 완수해 3년 차에 조기 총선과 대선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5년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28년 퇴임하겠다는 것이다. 개헌의 구체적 내용은 국회와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임기 단축은 물론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 책임총리제, 내각책임제 등 다양한 권력 구조 개편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2·3 비상계엄이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5년 단임 대통령제인 현행 ‘87체제’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87체제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군사독재 종식을 위한 직선제 개헌으로 탄생했다. 그러나 대통령 권한을 충분히 분산하지 못해 ‘제왕적 대통령제’로 변질했다. 결국 극한 정치적 대결로 세 명의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고, 그중 두 명이 파면되는 비극을 낳았다.

정치권 안팎에서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달 초 개헌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정적 입장을 보여 야당 내부 논의가 잦아들었다. 집권 후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과거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집권 초기에는 동력을 쏟기가 부담스럽고, 후기에는 대선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높은 후보는 권한 축소나 임기 단축이 내키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렇기에 대선 직전에 개헌을 공론화하고, 국민의 공감대와 지지를 얻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다. 한 전 총리는 “이번에 개헌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는 지금과 같은 기회가 찾아오기 어렵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거대 야당 민주당의 전횡에도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과도한 탄핵과 입법권 남용은 비상계엄 못지않은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이 후보의 대선 경선 지지율은 90%에 육박했다. 민주사회에서 보기 힘든 제왕적 당 장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소불위 국회 개혁을 위해서라도 개헌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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